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끝나지 않은 엘리엇과의 전쟁]주요 대기업 20조원 더 써야 경영권 지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포스코 등
초유량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

연구개발에 쓸 돈 낭비 하는꼴
정부·국회, 포이즌필 등 도입 속도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이 현행 제도 아래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같은 외국인 투자자의 경영간섭을 피하려면 20조원 상당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문가들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연구개발(R&D)과 미래사업에 쏟아 부어야 할 돈을 경영권 방어에 투입해야 하는 상황은 당해 기업 뿐 아니라 국가적 재원 낭비에 해당한다며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대표 기업 자사주 매입에 20조원 더 투입해야=외국인 지분율이 40% 이상이지만 우호지분을 포함한 1대주주 지분율이 30%를 밑도는 기업, 외국인 지분율이 50% 이상인 우량 기업은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같은 헤지펀드로부터 공격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정부가 기업들에 순환출자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과 사업구조 재편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일부가 이 기회를 틈타 적극적인 경영권 간섭에 나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1대주주를 위한 경영권 방어수단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이 외국인 투자자의 경영간섭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20조원 상당의 돈을 자기회사 주식 매입에 투입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별로보면 외국인 지분이 51%에 달하는 삼성전자는 1대주주 지분(이건희 회장 외특수관계인 9인)이 17.65%에 불과해 12.21%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추가로 5% 상당의 자사주 매입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17일 종가기준 삼성전자 시세를 감안할 때 5% 자사주 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9조5000억여원에 달한다.

현대차도 1대주주 지분(현대모비스외 5인)이 25.96%인데 반해 외국인 지분이 44.5%에 달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현재 6% 상당의 자사주를 보유하고도 추가로 5% 가량 자사주를 더 사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세대로라면 이를 매입하는데 1조4000억원이 필요하다. 

SK그룹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경영권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는 대주주 지분(SK텔레콤 등)이 20.1%인 반면 외국인 지분이 52%에 육박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최소 10%의 자사주를 매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약 3조원으로 추산된다.



포스코의 경우 이보다 더 심각하다. 외국인 지분이 54%가 넘지만 1대주주인 국민연금 지분은 8.26%에 불과하다. 이 회사가 경영권 안정을 기하려면 최소 30%의 지분이 필요하다고 가정할 때 포스코는 현재 보유중인 자사주 8.49%외에 추가로 13%의 자사주를 취득해야 한다. 이 같은 지분 매입을 위해서는 2조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우량 기업들은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지만 대주주 지분이 낮아 항상 경영권 위협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 기업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미래 사업에 투자하게 하려면 경영권 방어수단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방어 수단 이번엔 제대로 마련될까=이에 정부와 국회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을 비롯한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 초안을 완성해 국회 법제실 검토에 들어갔다. 법무부도 지난 9일 “한국형 포이즌필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등의결권은 대주주 등에게 1주당 다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현재 유럽기업의 20%이상이 채택하고 있다. 포이즌필, 즉 신주인수선택권 제도는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해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일정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자유치에 정책 초점이 맞춰지면서 재계가 끊임없이 요구해왔던 숙원사항이다.

신석훈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자본시장을 개방했다면 외부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수단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엘리엇 분쟁을 계기로 경영권 방어수단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 제도가 도입되기 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수반될 전망이다. 경영권 방어에 집중하면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외자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재벌의 부조리한 세습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법무부가 직접 정부안을 내고 포이즌필 도입을 추진됐지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무산된 바 있다.

윤재섭ㆍ김윤희 기자/i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