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경제광장 - 김경환] 건축물 연비(燃費) 따지면 가계(家計)가 즐겁다
경기도 일산의 전용면적 85㎡ 아파트로 최근에 이사한 주부 한모 씨는 첫 관리비 청구서를 받아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크기의 아파트로 이사했는데도 관리비가 매달 5만원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사하기 전 녹색건축포털(www.greentogether.go.kr)을 보고 에너지 사용량 등급이 높은 아파트를 선택하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감정원 녹색건축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용면적 85㎡ 공동주택의 경우 에너지 성능이 가장 높은 A등급의 한달 평균 연료비(전기요금, 도시가스+지역난방)가 에너지 성능이 가장 낮은 E등급보다 6만7357원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공동주택이 속한 C등급에서 B등급으로 한 단계만 높아져도 가구당 매달 2만4225원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국가적으로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현재 전국 690만 동의 건축물이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이 비중이 더 높아져 선진국 수준인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건축물은 수명이 길기 때문에 처음 지을 때나 리모델링을 통해 에너지 성능을 한번 높이면, 누적적으로 상당한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의 26.9%를 건축물 부문이 담당하도록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에너지 성능의 중요성에 비해 일반 국민들의 관심은 낮다. 수명이 10년 정도인 자동차나 에어컨, 냉장고를 구매할 때는 연비나 에너지효율 등급을 꼼꼼히 확인하면서도 수명이 30년도 넘는 주택을 선택할 때는 에너지 소비량이나 에너지 성능에 대해 신경을 덜 쓰는 편이다.

물론 관리비를 따져보거나 ‘볕이 잘 드는지’ 혹은 ‘외풍은 없는지’ 살펴보기도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주부 한모 씨처럼 객관적인 에너지 성능을 확인하는 사례는 아직까지 매우 드물다. 건축물 에너지 성능이라는 개념이 생소하고 관련 정보도 쉽게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량 정보의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지난 5월29일부터 녹색건축포털을 통해 건축물의 에너지효율 등급과 에너지사용량 등급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에너지효율등급은 1+++~7까지 10단계로, 에너지 사용량은 A~E까지 5단계로 구분되어 있다. 현재는 수도권의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과 연면적 3000㎡ 이상의 업무시설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공개 범위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고 네이버, 부동산114 등을 통해서도 공개할 예정이다.

또 정부는 창호, 외벽 등의 단열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2017년에는 평균 냉ㆍ난방 에너지의 80%를 감축하는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수준까지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외부로부터 에너지 공급이 거의 필요 없는 제로에너지빌딩 시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체 건축물의 4분의3에 달하는 노후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을 위해 2013년부터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서울세관 건물의 경우 1차 에너지 소요량을 30%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올해 5월은 기상청이 전국 단위 기온을 관측한 이래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 한반도의 여름은 이제 5월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늦추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우리 모두 건축물의 연비(燃費)를 꼼꼼히 따져보자.

연비를 따지면, 가계가 즐겁다. 그것이 오늘 날을 살아가는 하나의 지혜가 될 것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