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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물산 합병주총 D-2] 합병 성패 기업 명운 갈랐다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재계에는 합종연횡 바람이 거셌다. 시장 지형이 급변하자 대기업 계열사들은 뭉치고 나눠지거나 아예 팔리기도 했다. 산업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많은 기업들은 생존하기 위해 합병을 택했다. 업황이 악화됐던 건설과 조선업계 일부 부실기업들은 생사 갈림길에서 합병을 선택했다. 유무선환경이 융합되던 정보통신(IT)업계도 비슷한 사업을 합치면서 덩치를 키웠다. 삼성ㆍ현대차ㆍSKㆍLG그룹 계열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합병하거나 무산되는 과정에서 기업 명운이 달라진 경우도 상당했다. 

삼성물산 김신 사장은 15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에서 삼성사장단회의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주분들이 여태까지 많은 지원을 해주시고 계신데, 남은 이틀동안 계속 지원을 해주셨으면 한다. 합병이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도움이되는 방향으로 저희가 경영을 잘 할 것”이라고 밝혔다.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벤처기업에서 출발해 온라인게임시장을 주름잡았던 네오위즈. 온라인게임 1세대로 국민게임 ‘스페셜포스’를 서비스했고, 세이클럽, 벅스 등 쟁쟁한 인터넷서비스도 운영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분기 매출 2위에 올라 한때 엔씨소프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이 대세로 뜨고 인기게임 재계약이 난항을 겪으면서 경영난이 시작됐다.

경영진은 지난 2012년 네오위즈게임즈와 네오위즈 인터넷을 합치고 중복사업을 정리해 위기를 넘기려했다. 하지만 주식매수청구권이 과다하게 들어오면서 합병은 무산됐다. 양사 살림살이는 더욱 어려워졌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대규모 감원을 실시했고, 전체 인원 40%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네오위즈게임즈는 신규게임 개발동력마저 상실했다. 독자생존이 불가능했던 네오위즈인터넷도 결국 지난 5월 NHN엔터테인먼트에 팔렸다. 네오위즈는 합병이 무산되면서 쇠락의 길에 접어들었다.

업황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합병 사유와 사례는 다양하다. 계열사간 합병 목적은 ▷ 사업간 시너지효과 ▷지배구조 개편 ▷신사업 진출 ▷주력 계열사 성장동력 확보 등으로 나뉜다. 공통된 목적은 생존하기 위한 탈출구다.

주총을 이틀 앞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도 합병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합병을 계기로 건설경기 부진에 시달리는 삼성물산은 건설사업을 살리고, 제일모직은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사업을 키우겠다는 투트랙 전략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글로벌 경기악화와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수년째 성장세가 멈췄다. 1분기 삼성물산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5.6%, 5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반토막난 수준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만 따로 살펴보면 1분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6% 줄었다. ‘래미안’ 브랜드를 내세운 주택 사업 비중이 줄어들면서 삼성물산이 주택 사업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수주도 녹록치 않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연간 해외 수주 목표인 18조원(약 160억달러)의 절반에 못미치는 7조9870억원(44%)을 수주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중복된 건설사업부문을 통합해 시너지효과를 낼 방침이다. 제일모직 건설부문도 국내외 빌딩 사업과 플랜트 사업, 부동산 시설관리 사업을 갖고 있다.

이에 합병 무산이 성장정체에 시달리는 삼성물산의 향후 행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문가들 의견도 나온다. 삼성물산이 현재 사업의 위기를 강조하고 있고, 합병이 무산되면 재추진할 가능성도 적어 합병 무산이 성장성에 긍정적인 재료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인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지기 어렵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국내 증권사들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무산되면 지배구조 테마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 양사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도 지난해 11월 합병 무산 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주주들은 합병 무산 후 엘리엇이 주도하는 배당 상향 가능성 등 주주 행동주의와 지분 경쟁이 주가를 끌어올릴지, 아니면 합병 성사 후 바이오 사업의 고성장과 건설 등 사업 시너지, 지주회사로서 누릴 수혜 등이 주가수익률에 기여할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도경기자/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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