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엘리엇도 무릎 꿇었다…기업들 주주친화정책 정공법에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회사를 파는 방안을 검토해달라”

2011년 2월 영국 운송기업 내셔널 익스프레스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로부터 서신 한통을 받았다. 엘리엇이 경영진에게 회사 매각을 타진한 것이다. 

당시 엘리엇은 내셔널 익스프레스의 지분 19%를 가진 대주주였다. 엘리엇은 지분을 사들인 후 이사진 교체와 회사 매각을 요구했다. 이를 위해 엘리엇은 위임장 대결도 불사했다. 

내셔널 익스프레스는 맞섰다. 경영진은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소액주주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기업백서를 발간해 회사를 곳곳에 알렸다. 주총 위임장 대결에서 진 쪽은 엘리엇이었다. 그해 5월 이 회사 경영진은 엘리엇이 지분을 정리하고 빠져나가도록 휴지기를 제공했다. 엘리엇은 단 석달만에 물러나야했다.

엘리엇은 글로벌기업들에 공포의 대상이다. 좋은 말로는 행동주의 투자자지만 기업사냥꾼으로 악명이 더 높다. 엘리엇은 한 기업을 골라 지분을 산 후 경영에 개입한다. 자신들이 장악한 회사를 팔게 하거나 이사진을 바꾸는 전술도 쓴다. 이유는 단 하나 투자수익을 위해서다. 엘리엇이 늘 성공하진 않았다. 엘리엇과 일전에서 이긴 기업들도 꽤 있다. 비결은 정공법이었다. 주주친화정책을 펼쳤고 기업지배구조도 다듬었다. 주주들과 소통으로 경영이 투명해지고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주주의 수익률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스위스 바이오기업 액텔리온(Actelion)도 한때 엘리엇의 먹잇감이었다. 파이낸셜타임즈(FT)와 뉴욕타임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2010년 12월 액텔리온 지분 6%를 매입한 후 최고경영자(CEO)와 이사진 사퇴를 요구했다. 거버넌스(지배구조) 보호시스템도 제거하려했다. 회사 매각도 요구했다. 엘리엇은 CEO와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담은 백서도 내놓았다.

액텔리온은 정공법을 택했다. 이사회의 독립적인 구조와 높은 수준의 기업 거버넌스를 정립해 엘리엇에 답했다. 이사진 2명을 새로 뽑았고 새 회장도 선임했다. 주주들은 액텔리온이 추천한 이사진을 모두 승인했다. 주주제안을 모두 거절당한 엘리엇은 6개월만에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2010년 12월 엘리엇에 일격당한 미국 네트워크 보안업체 블루코트가 엘리엇을 이긴 비법도 기업 가치 제고 등이다.

합병을 앞두고 엘리엇에 시달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택한 방법도 주주친화정책이다. 삼성은 지난달 30일 제일모직IR에서 밝힌 주주친화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불과 열흘 만인 지난 10일 마무리해 발표했다. 

통합삼성물산에는 외부전문가 3명이 참여하는 거버넌스위원회가 설치된다. 삼성그룹 내에서는 처음이다. 배당성향도 2020년 30%까지 올린다. 주요 삼성 계열사보다 높은 수치다. 지난해 배당성향은 삼성전자 13.0%, 삼성생명 25.4%, 삼성화재 23.8% 등이다. 주주들 목소리를 듣기 위한 주주간담회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거버넌스위원회 등 주주친화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k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