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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D-3]‘장기투자’ 한다던 엘리엇…수차례 단기차익만 노렸다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지분매입 사실을 공표하기 6개월 전쯤 저를 만나기 위해 휴스턴으로 직접 날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들(엘리엇)은 자신을 ‘장기투자자’라고 소개하더군요. 하지만 이후 엘리엇이 이사회를 향한 압박과 경영간섭의 수위를 높이면서 새로운 프로젝트 투자나 직원을 고용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12년 5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약 1년간 엘리엇의 공세에 시달리다가 사모펀드(PE)에 매각된 BMC소프트웨어의 전(前) 최고경영자(CEO) 밥 뷰챔프(Bob Beauchamp)의 회고다.


그는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세계경제포럼)에서 가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당시)고객과 직원들의 신경이 모두 곤두설 정도로 회사가 매우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당신이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들과 함께하고 있다면 어떤 변화를 모색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당신이 무엇을 하든 그들은 비판적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물산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수차례 ‘단기차익’만을 취하고 회사를 떠난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기업의 가치제고를 위한 장기투자에 집중하겠다”던 그동안의 해명과는 다른 행보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국내외 주요 언론보도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 2012년 5월 앞서 언급된 BMC소프트웨어 지분 5% 이상을 취득한 후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며 경영진을 압박했다.

이어 엘리엇은 이 회사에 “자신들이 취득한 주식을 인수하기 위해 대출을 받으라”고 주문했다.

결국 BMC소프트웨어 지분율을 9% 중반 대까지 높인 엘리엇은 이사회 의석 10자리 중 4석에 대한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펼쳐 2명의 이사회 멤버를 교체키로 했고, 이내 회사 매각을 강력히 요구한다.

엘리엇의 압박에 지친 BMC소프트웨어 경영진은 2012년 10월 메릴린치를 자문사로 선정해 회사 매각 작업에 착수, 결국 2013년 5월 베인캐피탈과 골든케이트 캐피탈이 연합한 사모펀드(PE)에 회사를 넘겼다.

이 과정에서 엘리엇은 당연히 회사 매각에 찬성했으며, 보유지분 매각을 통해 차익을 거두고 BMC소프트웨어에서 손을 뗐다.

가장 처음 밥 뷰챔프 CEO를 만날 때 소개했던 ‘장기투자자’의 면모는 온 데 간 데 없어진 셈이다.

이 외에도 엘리엇은 지난 2013년 미국 의약품 유통업체인 맥케슨이 독일 제약사인 셀레시오를 주당 23유로에 인수키로 하자 발 빠르게 셀레시오 주식과 전환사채(CB)를 대거 매입, 주당 인수가를 23.5유로로 높여 상당한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다른 헤지펀드들과 연대해 소프트웨어 기업 컴퓨웨어를 압박,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도 했다.

‘우리는 장기투자자’라는 엘리엇의 항변에도 “(합병)삼성물산의 장기 비전보다는 눈에 보이는 큰 이익을 중시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는 이유다.

한편, 엘리엇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투자책임자는 최근 국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 경영권 위협론, ‘먹튀론’은 근거가 없는 얘기”라며 장기투자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엘리엇은 “(합병의)불공정성이 해소되면 물산의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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