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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10억원대 스피커ㆍ예술작품같은 의자들…’, 세계부호 유혹하는 럭셔리리조트 사우스케이프의 속살
 [헤럴드경제(남해)=슈퍼리치섹션 홍승완ㆍ김현일 기자]‘공원 잔디밭만 봐도 라운딩 생각이 떠오르는’ 골프광들에게 경남 남해의 ‘사우스케이프 스파앤스위트(이하 사우스케이프)’는 생각만 해도 입맛을 절로 다시게 만드는 단어다.

“미국의 페블비치를 넘어 세계 10대 골프리조트에 이름을 올릴 작품을 남기고 싶다”는 오너의 바람이 현실화된 이곳은, 설립 2년여 만에 한국을 대표할 만한 골프리조트로 자리매김했다. 출장 차 한국을 찾은 해외 명사들에게는 한 번쯤 들러야 할 장소가 됐고, 각종 골프전문지들의 조사에서 이미 ‘한국의 베스트코스’로 이름을 올린 지 오래다. 
 
사우스케이프 뮤직카페 (오디오룸)

4000억원이 넘는 투자비용과 세계적인 골프코스 디자이너인 카일 필립스(Kyle Phillips)의 손길이 만난 골프 코스에선, 바다와 섬, 산, 골짜기가 어우러진 남해의 풍광이 그대로 가슴에 다가온다. 특히 바다로 돌출한 곳에 펼쳐진 파 3홀들에 대해서는 “페블비치에 뒤지지 않는다”는 골프전문가들의 평가가 줄을 잇는다. 카일 필립스는 이미 세계 100대 골프코스 순위에 여러 편의 ‘작품’을 남긴 인물이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의 킹스반스 골프링크스(18위), 프랑스 모르퐁테인 골프클럽(28위), 리모델링된 스페인 발데라마CC(43위)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사우스케이프가 그의 또다른 걸작으로 남을지는 이제부터 지겨볼 일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골프장과 클럽하우스 야외식당, 남해바다가 바라보이는 수영장 전경.

매력적인 골프코스만으로 회자되기엔 사우스케이프 구석구석에 놓쳐서는 안될 것들이 너무 많다. 고급 패션사업(한섬)으로 수천억원대의 부를 일궜던 정재봉 회장 부부의 깐깐한 취향과 집요함, 정열은 한국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럭셔리 리조트를 탄생시켰다. 

700억원이 넘게 들어간 클럽하우스는 ‘예민한 취향을 과시하고픈’ 고객들을 소리없이 유혹한다.

바다를 품에 안는 듯한 클럽하우스의 오픈 로비에서 우선 만날 수 있는 것은 영국 작가 톰 프라이스(Tom Price)의 멜트다운 체어다. ‘블루 로프 멜트다운(Blue rope meltdown)이라 이름붙여진 이 작품은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푸른색 밧줄을 감아 공처럼 만든 뒤 그 위에 20세기를 대표하는 의자인 ‘임스체어’의 금형 틀을 달궈 찍은 것이다. 이름처럼 밧줄이 녹아내리면서 불균일하게 형성된 의자의 푸른색이 남해의 하늘과 바다와 잘 어울린다.
바로 옆에 있는 성게를 닮은 의자 역시 톰 프라이스의 멜트다운 시리즈 중 하나다. 여러 개 파이프를 연결해 성게를 닮은 독특한 모양을 형상화했다. 가벼운 의자는 바람이 불면 흔들리는데, 바닷바람을 맞은 성게 같다. 두가지 모두 상당한 가격의 ‘작품’이지만 아이들은 그 위에 아무 거리낌 없이 앉아 시끌벅적 떠들고 사진을 찍는다. 

린지 아델만의 조명들(위쪽), 톰 프라이스의 의자 작품들(아래)

이처럼 ‘리조트 곳곳에 아무렇지 않게 놓여진 명품 의자들은 사우스케이프가 추구하는 럭셔리함을 우회적으로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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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프런트에 놓여있는 목재와 철재프레임이 더해진 의자는 이탈리아 브랜드 ‘B&B Italia’의 엔리코 마로네 신차노(Enrico Marone Cinzano)의 작품이다. 호텔의 리니어스위트룸마다 놓여있는 소파들은 모두 프랑스 명품가구 브랜드 리네 로제(Ligne Roset)의 제품이다. 이완&로낭 부룰렉(Erwan&Ronan Bouroullec) 형제의 플럼소파를 비롯해 잉가 상페(Inga Sempe), 파스칼 모르그(Pascal Mourgue), 더그 앤 안베드(Dögg & Arnved) 등 유명 가구작가들의 작품이 방마다 다른 표정을 만들어낸다.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의 의자 작품, (왼쪽부터 시계방향) 피프티, 익스텐션과 플럼

클럽하우스와 객실뿐만이 아니다. 보통 주부들이 집에 하나쯤 들여놓는 게 평생 꿈일 법한 독일ㆍ이탈리아ㆍ북유럽산의 수백만원대 의자 수백개가 자연스럽게 레스토랑, 카페, 음악당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의자광들이라면 저절로 ‘전부 한번씩 앉아보고 싶다’고 할 정도다. 120명이 미팅을 할 수 있는 연회장에 있는 의자들조차 모두 하나에 300만원이 넘는 제품들이다. 이들 의자와 짝을 이루는 뉴질랜드산 카우리나무 탁자도 수령이 4만7000년 이상된 나무들로 만들어졌다. 의자와 테이블 가격만 쉽게 짐작하기 힘들 정도다.

사우스케이프의 럭셔리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대표 클래식마니아’인 방송인 황인용 씨의 자문을 받아 설치된 음악당도 빼놓을 수 없다. 의자배치 하나하나까지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은 덕분에 모든 자리에서 가장 자연스럽고 풍성한 소리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10억원이 넘는다는 웨스턴일렉트릭(Western Electric)의 스피커가 재현해내는 희귀 LP들의 사운드는 한 번 앉은 사람을 쉽게 일어날 수 없게 만든다. 

볼란테(위쪽)와 정현의 '사유'

리조트의 심벌인 조각품 ‘볼란테’(Volante)는 미국의 조각가 리처드 에드먼(Richard Erdman)이 이탈리아 대리석(Carrara Marbel)으로 만든 것이다. ‘하늘을 나는 듯 경쾌하게’라는 느낌을 형상화했다. 클럽하우스 내부의 샹들리에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린지 아델만(Lindsay Adelman)의 작품이다. 조명의 역할을 넘어서는 디자인 오브제다. 클럽하우스 내부에 위치한 ‘카페 볼란테’에는 우리나라 이광호 작가의 다양한 금속소재 작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클럽하우스 회랑에 있는 정현 작가의 ‘사유’를 주제로 한 청동조각이나 스파시설 내부에 장식된 홍동희 작가의 몽환적인 벽면미술작품(tablo) 역시 놓치지 말고 봐야 할 부분이다. 음악당 가는 길에 있는 혼자 연주하는 피아노 역시 세계에서 단 2대만 존재한다는 고급품이다.

건축가 조병수 교수가 작업한 호텔은 외부 디자인 못지않게 내부도 충실하다. 방마다 무선으로 연결된 제네바 사운드 시스템의 오디오는 물론 나니 마르키나의 카펫, 덕시아나 침대, 토토 네오레스트 비데 등이 갖춰져 있다. 어메니티는 모두 이솝(Aesop) 제품이다. 작은 부분 하나까지 만만찮은 물건들이다. 

남해바다가 보이는 클럽하우스(위부터), 오디오룸의 10억원 상당의 스피커와 클럽하우스 내부모습.

리조트 관계자들에게 꼼꼼하게 물어보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리조트 곳곳의 이들 ‘비싼 시설물’들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는다. 하지만 뒤늦게 알게 되면 감탄사가 절로 난다. 단순한 화려함을 넘어선 깊이있는 고급스러움이다. 

비 회원제로 운영되는 사우스케이프는 누구나 예약만하고 오면 쉴 수 있다. 럭셔리 리조트답게 숙박료가 저렴하지는 않지만 해외 특급호텔 하룻밤 가격정도에도 세계적인 수준의 럭셔리함을 맛볼 수 있다.

주변의 만류(?)에도 평생 모은 재산을 사우스케이프에 쏟아부은 정재봉 회장은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다 쓰지도 못할 돈을 그저 가지고 있다 죽으면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저승까지 가지고 갈 수 없을 바에야 (그 돈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세계적 골프리조트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우스케이프 빌라의 내부 인테리어.

사우스케이프는 현재 골프리조트 인근의 65만평 부지에 10여동이 넘는 단독 빌라도 건설해 분양하고 있다. 한동에 40억원에서 75억원을 육박하는 고가다. 물론 내외부 시설은 대단하다. 국내 부호들은 물론, 소문듣고 찾아오는 국내외 법인들, 중국ㆍ일본 부자들의 문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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