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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김아미]건축사와 건축가
‘Architect’. 한국에서는 ‘건축사’와 ‘건축가’로 구분한다. 건축사는 건축물을 설계ㆍ감리할 수 있는 면허를 취득한 사람을 말하며, 건축가는 건축사를 포함, 건축 행위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아우른다. 현행법상 건축사사무소의 대표는 반드시 건축사여야하며, 건축사만이 건축물을 설계ㆍ감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공모를 통해 수여하는 ‘젊은 건축가상’을 두고 시끄러운 일이 발생했다. 건축사사무소 SoA의 강예린, 이치훈, 이재원 씨가 이 상을 수상하면서다.

‘국내ㆍ외 건축사 자격증을 소지한 개인 또는 팀’이라는 애매한 공모 조건이 불씨를 당겼다. 상을 받은 SoA의 실질적 수장인 강예린, 이치훈 씨는 건축사 자격증이 없다. 이에 대한건축사협회는 문체부에 공문을 보내 이의를 제기했다. 자격증 없는 두 사람은 수상 명단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것. 

상과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새건축사협의회는 공모 요강에서 팀 전원이 건축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하는지, 팀 중 한 명만 갖고 있어도 되는지 명시하지 않았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문체부와 새건축사협의회 모두 인정했다.

건축사와 건축가. 수십년 해묵은 논쟁이다. 건축사 그룹은 “면허없는 건축가들의 건축 행위는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건축가 그룹은 “면허만 가진 건축사들이 건축 발전에 무슨 역할을 해왔냐”며 항변한다. 건축사는 기능인으로, 건축가는 예술가로 구분하는 편견도 오랜 논쟁을 지탱시켜왔다.

법 적용도 허술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SoA의 회사 구조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SoA는 2010년 이치훈, 강예린, 정영준씨가 만든 건축사사무소다. 이후 정영준 씨가 빠지고 2014년 이재원 씨가 합류했다. 그런데 SoA의 주축이면서 공동대표, 혹은 소장으로 공공연히 불리우고 있는 이치훈, 강예린 씨는 사실 SoA의 법적 대표가 아니다. 건축사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대표 자리에 이름을 올릴 수 없었던 것. 건축사 자격증 없는 두 건축가가 건축사 자격증을 가진 이를 대표로 영입하는 모양새다. 공식 사이트에는 대표자 이름도 없다.

SoA만 그런 건 아니다. 원로 건축가 중에서는 “공무원이 주는 면허증에 불과”한 건축사 자격증을 끝까지 거부한 사례도 있다. 자격증이 없어도 얼마든지 건축사사무소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은 엄격해야 한다. 기능적 가치가 예술적 가치보다 우위에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는 법으로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법이 있으나마나다. 많은 건축가들이 자격증 없이도 건축물 설계에 관여하고 있다. 일반인의 상식과는 한참 동떨어진 현실이다. 본지 기사(7월3일자 11면)와 관련, 두 네티즌이 주고받은 댓글을 전한다.

“자격증 없이도 훌륭한 건축물을 만들었다면 그 역시 인정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무면허 운전자가 운전을 잘해 택시기사를 한다면 괜찮은가요? 단순한 생각으로 말씀하시면 법과 질서가 무너집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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