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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삼성 저격수’도 도입 필요하다는 경영권 방어장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이 외국인의 투자 제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며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투자제한 규정에 ‘대한민국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현저히 저해하는’ 외국인 투자는 제한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그 골자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외국 자본의 무분별한 경영권 간섭 등을 막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의원은 이른바 ‘삼성 저격수’로 불릴 정도로 대기업과 부의 대물림에 대한 반발 정서 뿌리가 깊다. 그런데도 앞장서 외촉법을 개정하자고 나선 것은 글로벌 투기 자본들의 국내 기업 경영권 위협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집요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10여년간의 사례만 보더라도 삼성, SK, KT&G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소버린, 칼 아이칸, 에르메스, 엘리엇 같은 악성 국제 투기자본의 공격을 무려 25차례나 받았다. 최근에는 에르메스가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5% 이상 사들여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다른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삼성SDI, 현대차 그룹 등의 지분을 매집한다는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이들의 목적은 단순 명료하다. 경영권을 위협해 시세 차익을 극대화한 뒤 빠져 나가는 것이다.

외국 자본들이 툭하면 우리 기업들을 건드리는 1차적 책임은 물론 해당 기업에 있다. 취약한 지배구조와 비효율적 재무구조, 인색한 배당 등의 허점을 이들이 지능적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세계적 초저금리 때문에 정상적인 투자로는 수익을 내기가 힘든 투기성 자본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소액 주주에 불리한 한국 기업을 노리는 것이다.

이들의 검은 음모를 근원적으로 막아내는 방법은 경영권 보호 방안을 확실히 마련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일본만 해도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법이 있고 미국도 국가안보에 위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외국인의 M&A 등을 정지·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그 수단이 극히 미미해 장내 지분매입이나 우호세력의 자사주 매각 정도가 고작이다. 오죽하면 야당이 먼저 외촉법을 개정하자고 나섰겠는가. 건전한 외국인 투자는 얼마든지 받아들이되 어떤 경우에도 악성 글로벌 투기 세력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차등 의결권, 주식 저가 매수권(포이즌 필) 등 경영권 방어수단의 제도적 도입을 더 미뤄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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