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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국회법 폐기 사태, 당·청관계 정상화 전환점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이 여당의 투표 불참으로 국회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사실상 폐기됐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헌법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법제처에서 위헌이란 의견을 내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집권 여당으로서 그 뜻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머리를 숙였다. 친박계로부터 국회법 개정안 폐기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종용받았던 유승민 원내대표는 더욱 코너로 몰렸다.

양쪽의 반응을 보면 청와대가 승리하고 여당 지도부는 패배한 모양새다. 그러나 국민들 눈에는 둘 다 패배자일 뿐이다. 박 대통령은 온 국민이 메르스 사태의 종식을 위한 특단의 리더십을 요구할 때 느닷없이 ‘배반의 정치’를 거론하며 유 원내대표 ‘찍어내기’에 나섰고, 야당을 적으로 돌려세웠다. 여당은 대통령 말 한 마디에 국회의원 211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이 잘못됐다며 원내 사령탑을 마녀사냥하듯 몰아세웠다. 이 참에 ‘비박’에 밀렸던 당내 주도권을 거머쥐며 내년 총선에 대비하겠다는 계산이다. 메르스와 가뭄, 그리스발 글로벌 금융위기 등 내우외환의 국가적 긴급상황에서 민생은 뒷전에 밀어두고 여권이 집안싸움에 몰두하는 기막힌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여권의 내분 사태는 겉으로 보면 집권여당으로서 박근혜정부의 국정 철학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 유 원내대표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당ㆍ청 간의 불통에 있다. 청와대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무산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수용해선 안된다는 뜻을 여당에 전했다고 하지만 지도부는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했다. 이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두고도 사전 조율이 안되니 국정이 산으로 가는 게 아닌가. 대통령이 국정을 논하는 국무회의에서 여당 원내대표를 거론하며 배신자로 낙인찍는 정도라면 평소 당ㆍ청 관계가 어땠는지 짐작이 간다. 지난 전당대회 때 당 대표 주자들이 외쳤던 수평적 당ㆍ청관계가 얼마나 공허한 구호인지를 알 수 있다.

박근혜정부의 캐치프레이즈격인 ‘비정상의 정상화’는 당ㆍ청 관계에 우선 적용돼야 한다. 우선 50여일이나 비워두고 있는 정무수석 자리부터 적임자로 채워야 한다. 이번 국회법 사태도 정무수석의 역할을 가벼이 여기는 청와대의 엇나간 인식 탓에 필요 이상으로 커진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지금처럼 당을 청와대의 지시를 수행하는 부속기관 정도로 여긴다면 관계 정상화는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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