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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Global]‘편향’의 위험, ‘통합’의 함정
독일은 1990년 이후 통일비용으로 연평균 1000억 유로 가량을 써왔다. 동독의 경제가 서독보다 약한데, 마르크라는 같은 통화를 쓰다 보니 산업경쟁력이 떨어졌던 탓이다. 유로화 도입 이후에도 여전히 옛 서독의 도움은 옛 동독지역 경제에 절대적이다. 옛 서독지역의 불만은 있지만 그래도 ‘같은 핏줄’이어서인지 다시 나라를 쪼개자는 주장은 없다.

그리스 대외부채는 무려 3200만 유로에 달한다. 독일이 꿔준 돈만 약 560억 유로다. 그리스의 경제가 다른 유로존 국가보다 약한데, 같은 유로화를 쓰면서 환율을 통한 가격조절 기능이 사라진 탓이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만해도 유로가 강세여서 내수 비중이 큰 그리스 경제에는 비교적 괜찮았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로 유로가 약세로 돌아서자 그리스 경제는 치명상을 입는다. 통화 약세는 수출이 강한 독일에는 유리하지만, 그 반대인 그리스에는 부담이다. 같은 핏줄이 아닌 까닭에 독일에서는 돈이 아깝다며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쫓아내자는 목소리가 많다.

긴축을 전제로 한 구제금융을 거부한 그리스에 대한 평가들이 국내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이 흥청망청 복지를 누리다가는 망하겠다는 내용이다. 나라밖에서는 과잉복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유로존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많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왕 그리스에서 배우려면 제대로 따져보자. 이번 그리스 사태의 교훈을 종합하면 왜곡된 복지, 그리고 과도한 개방과 통합이다.

그리스가 과잉복지라고 하지만 빈부격차 수준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크다. 대부분의 복지가 공공부문에 집중됐다. 복지재원은 부자들이 낸 세금이 아닌 나라 빚으로 마련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양극화가 문제다. 공무원연금과 공기업 등 공공부문의 부채가 골칫거리가 된 지도 오래다. 복지재원 논란도 치열하다. 부자증세는 기업을 죽이고, 서민증세도 소비를 죽인단다. 세수는 부족한데 그래도 이왕하던 복지를 줄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통합’의 부작용도 그리스와 오묘하게 닮았다. 자유무역협정(FTA)은 상대적으로 강한 쪽에 유리한 체제다. 유로존과 달리 ‘통화정책’이라는 조절장치가 존재하지만, 상대적으로 통화의 영향력이 열세라면 불리할 수 있다. 우리가 FTA를 맺은 미국, 유럽, 중국 등은 통화의 힘이나 글로벌 영향력이 우리보다 분명 한 수 이상 위다. 그런데 우리가 FTA 체결 당시 비교우위라고 여겼던 전자, 자동차 등 주력 수출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요즘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다.

‘통일은 대박’이란 말도 섬뜩하다. 통일 당시 동서독의 경제력 격차는 지금의 남북한 보다 훨씬 적었다. 유로존 출범당시 독일과 그리스의 경제력 격차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동서독과 유로존 출범에는 준비기간도 상당했다. 지금 남북은 말조차 섞지 않는다. 마음이야 통일이 ‘소원’이지만, 경제로 보면 준비가 안된 통일은 ’재앙’일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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