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탈세악용’ 억대 수입 법인차 왜 못잡나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억대 수입차를 법인 차량으로 리스해 절세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를 막을 만한 마땅한 법적 장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업계에 따르면, 2007년 법인세법 개정안 등 법인 명의 승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끝내 현실화되지 못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당시 정치권에서는 “접대비 등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인정하고 공제해주는 이른바 ‘필요경비’ 항목에서 승용차만 따로 제한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는 “변호사 등 전문직 출신 의원들이 많아 법안 통과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몇차례 법안이 발의됐지만 의원들이 전문직이나 개인 사업자들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한번도 현실화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인의 경우 세금혜택이 크지 않아 반대가 심하지 않겠지만, (법인세법에 이어) 소득세법까지 개정되면 개인 사업자들이 법인차량 사용에 제약이 가해져 불만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처럼 국회에서 관련법안이 진전을 보지 못하는 가운데 억대 수입차 법인 리스 판매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해 법인 이름으로 구입한 수입차 대수는 7만8999대로, 4년 전 보다 75.2% 급증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팔린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만 해도 34대 중 33대가 법인 명의였다.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은 초(超)럭셔리 세단으로 가격은 2억9400만원이다.

수억대를 호가하는 롤스로이스와 벤틀리, 포르쉐, 랜드로버, 메르세데스-벤츠 등 5개 브랜드가 올들어 지난달까지 판매한 차량 2만3000대 중 법인 판매는 1만3927대로 60%가 넘었다.

문제는 억대 수입차가 법인 명의로 판매되면 세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법인차 리스 등으로 감면받은 세금만 1조원으로 추산됐다. 올해는 법인차량 등록대수가 사상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어서면서 1조3000억원 가량의 세금이 자동차 리스를 통해 사라질 전망으로 알려졌다.

의사ㆍ변호사 등 전문직과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고가 수입차를 법인명으로 리스하면 차량구입부터 기름값 등 유지비까지 법인명으로 인정받아 영업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법인의 영업비용이 늘면 그만큼 영업이익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법인세를 덜내도 된다. 개인 사업자는 사업 소득세를 아낄 수 있다. 억대 수입차를 타면서 절세혜택까지 보는 ‘꿩먹고 알먹고’인 셈이다.

고가 수입차의 탈세악용 논란이 거세지자 정치권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은 법인 차량의 탈세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업무용 차량 구입 비용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는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6일 발의했다.

김 의원은 과도한 세제혜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발의 법안에 구입·리스·렌트한 승용차에 대한 비용처리 한도를 3000만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영업용 및 친환경 자동차에 대해서는 현행과 같이 전액 비용처리할 수 있게 했다.

이번 법인세법 개정안 발의가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he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