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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불확실성 더 높아진 그리스 사태, 최악 상황 대비해야
그리스 국민들은 결국 긴축 재정 운용을 거부했다. 5일(현지시간) 실시한 국민투표에서 20%포인트 가량의 압도적 차이로 채권단 제안에 반대한 것이다. 투표 결과에 고무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과 곧바로 추가 구제금융 협상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이미 채권단의 신뢰를 잃은 상태여서 추가 협상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설령 협상 테이블이 꾸려지더라도 채무조정에 독일 등 채권국들이 반대하고 있어 진척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제 그리스는 스스로 선택한 이전에 없던 낯설고 험난한 길을 가야할 처지가 됐다.

차프라스 총리와 집권 급진좌파 연합(시리자)은 정치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환호하겠지만 국민 생활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됐다.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빌린 16억 유로를 갚지 못해 이미 국가부도(디폴트) 상태나 다름없다. 정부의 자본 통제로 은행 현금 인출이 봉쇄됐고, 기업 생산 차질로 생필품 재고도 바닥을 드러냈다. 그런데 큰 파도는 또 밀려오고 있다. 오는 20일에는 35억 유로의 유럽중앙은행(CEB) 채무 만기가 돌아온다. 이 돈을 갚지 못하면 CEB는 규정에 따라 긴급유동성지원(ELA) 프로그램을 중단하게 된다. 그럴 경우 그리스 은행과 기업들은 즉각 연쇄 부도에 빠지게 되고, 국가는 실질적인 디폴트 국면으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그리스 국민들이 채권단 제안을 반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투표 결과에는 지난 5년간 긴축을 해도 나아진게 없다는 항변이 담겨있다. 그러나 그 긴축이 무자비하고 혹독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나라 곳간은 텅 비었는데 복지는 여전히 재정 수요를 초과했고, 부유층은 내놓고 탈세에 열을 올렸다. 고통을 참지 못하면 돌아오는 건 파국 뿐이다.

그리스의 선택을 두고 감놔라 배놔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번 사태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연결돼선 곤란하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떨어져 나가면 유럽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은 또 한 차례 메가톤 급 폭풍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스의 파탄도 더 가속화될 것이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채권국과 그리스 정부가 냉철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대목이다.

정부 당국은 그리스는 한국과 교역 및 투자 규모가 크지 않아 이번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있다. 그렇더라도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면 누구도 그 파장을 비켜갈 수는 없다. 최악의 경우에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외화 보유고가 넉넉하고 재정 건전성이 좋은 편이라고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언제 판이 180도 달라질지 모른다.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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