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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현대차가 위기라는데…
블룸버그가 최근 발표한 올해 지구촌 300대 갑부 명단에는 3명의 한국인이 포함돼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125억달러)이 95위에 올랐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98억달러)이 134위에 랭크됐다. 또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80억 달러)이 174번째로 대열에 합류했다.

그런데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이름이 이번엔 보이지 않는다. 1년 전까지만 해도 170위권을 유지해 온 정 회장 순위가 한참 뒤로 밀린 건 현대차 주가가 큰 폭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24만원선이던 주가는 현재 13만원선 지키기도 버거울 정도가 됐다. 주식 값이 거의 반토막이 됐으니 정 회장 자산이 온전할리 없었던 것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정 회장 자산은 48억달러로 연초에 비해 10억달러 가량 줄어든 규모다.

정 회장이 ‘글로벌 부자’ 대열에서 밀려난 것처럼 지금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기업’에서 떨어져 나갈 위기에 처했다. 주가말고 다른 지표를 봐도 어렵지 않게 확인된다. 당장 안방에서조차 현대차 외면현상이 심각하다. 수입차에 밀려 철옹성처럼 보이던 국내시장 점유율 40% 벽이 힘없이 무너졌다. 해외 사정은 더 힘겨워 보인다. 올 상반기 판매 실적을 보면 내수와 수출을 합해 3.2% 줄었다. 그러니 수익성도 좋지 않을 수밖에…. 지난해 9%에 이르던 1/4분기 영업이익률이 7.6%로 뚝 떨어졌다.

현대차의 부진은 한 두가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동안 강점으로 작용했던 가격 경쟁력이 무뎌진데 따른 게 크지 않았나 싶다. 특히 엔저로 무장한 일본차의 공세는 위협적이다 못해 치명적이다. 가령 미국에서 쏘나타는 도요타 캠리보다 3000달러 가량 싸게 팔렸다. 하지만 엔화 약세바람에 그 격차가 1000달러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여태 없던 일이다.

물론 현대차도 팔짱만 끼고 있는 건 아니다. 정 회장이 “신발끈을 다시 조이자”며 직접 위기 극복을 독려하고 나섰고, 경상경비를 30% 줄이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성능과 가격이 혁신된 쏘나타 7개 신모델을 일정을 크게 앞당겨 발표한 것도 그 노력의 일환이다.

하지만 이보다 희망적인 것은 강성 일변도였던 노조의 변화 움직임이다.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얼마 전 임단협 교섭 석상에서 “위기에 공감하며 노사가 함께 극복하자”고 언급했다. 그동안 노사 대립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공장간 물량조정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받아들인 것도 놀라운 변화다. 노조 역시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봐도 될 듯하다. 비가 오면 땅은 더 굳어지게 마련이다. 차제에 현대차 환골탈태한다면 오히려 지금의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엮어내는 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위기 극복과정을 통해 현대차 노조가 합리성을 되찾고, 노사문화가 달라진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더욱이 변화된 현대차 노사관계는 노동계와 산업계 전반에 그 영향이 미치고, 종국에는 국가 경쟁력도 끌어올리는 계기도 될 것이다. 회사와 노조가 한 걸음씩 물러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그래야 정몽구 회장의 글로벌 부자 순위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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