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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 한석희]저금리의 그늘, ‘빚 권하는 사회’
“모든 나라에 통용되는 특정 통화정책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각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각국의 경제사정과 목표에 맞춰야 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실세로 통하는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열린 아프리카 중앙은행장 모임에서 한 말이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왠지 거북스럽다. 그리스의 디폴트가 현실화되면서 유로존 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이 들썩이는데 전혀 개의치 않고 금리인상을 단행하겠다니…

미국은 미국이고, 그리스는 그리스라는 애기다. 그런데 우리에겐 유로존 가입과 함께 환율정책을 고스란히 반납하고, 빚 잔치로 이뤄진 복지포퓰리즘의 그리스가 전혀 딴 나라의 애기가 아니다.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어쩌란 말인가.

2015년 한국사회는 ‘빚 권하는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1.50%까지 내려간 기준금리 탓에 모두 은행으로 달려갔다. 빚을 내기 위해서다. 빚 잔치’에도 사람들은 개의치 않는다. 금리가 턱없이 낮아졌으니 그만큼 부담도 줄었다.

금융당국도 경기를 살리겠다고 부채가 미덕인 사회로 흐르는 걸 방치했다. 아니 조장했다는 게 맞는 말일게다. 7년 전 당시 금융감독원 한 고위관계자는 사석에서 이런 말을 했었다.

“다들 가계부채는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계속해서 쌓여만가는 가계부채는 한국을 침몰시킬 수도 있는 시한폭탄이다. 그런데 정책 담당자들은 이 시한폭탄을 해결하지 않으려 한다. 아니 애써 모른체 한다.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미명하에, 그리고 ‘내가 있을때만 아니면 된다’며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다”

그가 사석에서 쏟아낸 기우는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빚은 빚일 뿐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 못 갚으면 ‘유로존의 고아’가 될 처지에 놓인 그리스처럼 디폴트에 빠진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디폴트에 빠질 개연성이 높은 가구만 지난해 기준으로 112만2000가구에 달한다. 가계부실위험지수 100을 초과하는 이런 위험 가구는 금융부채가 있는 전체 1090만5000가운에 10.3%에 이른다. 더욱이 금리가 2% 포인트 오르고 동시에 주택가격이 10% 떨어지면 위험 가구 비율은 10.3%에서 14.2%로, 위험부채(위험 가구가 보유한 부채) 비율은 19.3%에서 32.3%로 대폭 높아진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금리인상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도 위험하다. 1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그리스 디폴트는 시장금리를 올릴 개연성이 높다. 미국의 금리인상도 이제 코 앞으로 다가왔다. 금리인상은 ‘빚 잔치’를 벌인 이들에겐 독(毒)이다. “미국 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일으켜 신흥시장과 개도국에서 자본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는 피셔 부의장의 경고는 그냥 한 귀로 흘려 들을 애기가 아니다.

‘빚 잔치’가 ‘빚 폭탄’이 되기 전에 빚을 줄이는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초점도 경기부양에서 가계부채 축소로 돌아서야 한다. 그래야 그리스 애기가 먼 나라 애기가 된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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