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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 안준성(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ㆍ미국변호사)] 국회법 개정안 위헌논란: 국민발안제 도입해야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 및 변경 요청권 조항에 강제성이 있어서 위헌이라는 취지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재의절차 진행의사를 밝히면서, 삼권분립 논란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국회법 개정안에 의하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 대통령령, 총리령 및 부령 등에 대해서 국회는 수정 및 변경 요청을 할 수 있고, 중앙행정기관장은 처리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번 국회법 개정안 논란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에서 비롯됐다. 위원회의 정원 및 조직에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라는 위임조항이 문제의 단초가 됐다. 해양수산부가 모법의 입법취지에 반하는 시행령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행정입법 제도는 크게 네 가지 면에서 다르다. 첫째, 대통령령 및 총리령이 없다. 부령 급인 규칙과 규정만 있을 뿐이다. 둘째, 적용범위가 규제법안으로 제한된다. 세월호 특별법 등의 비규제 법안은 적용범위가 아니다. 셋째, 일반인의 참여기회를 폭넓게 제공한다. 누구든지 규칙 제정 및 개정 청원을 할 수 있다. 행정기관의 결정에 불만이 있는 경우, 연방관보에 게재된 후, 30일 이내에 재심청원을 할 수 있다. 넷째, 충분한 의견제출 기간이 주어진다. 규칙제정안 공고(NPRM)의 경우, 최소 30일, 타인이 제출한 의견에 대한 응답의견 제출기간도 추가 30일이 제공된다. 광범위한 정보수집을 위한 질의공고(NOI)까지 할 경우, 총 90일이 넘는다.

미국 연방의회도 행정입법에 대한 견제장치를 갖고 있다. 의회심사법(Congressional Review Act)은 의회에게 행정입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부여한다. 일종의 패스트트랙(fast track) 제도로서, 60일 이내에 승인결의를 채택해야 한다. 상원과 하원이 동시에 참여하는 공동결의문 형식이다. 연방기관은 연방의회 및 회계감사원(GAO)에 최종안을 제출해야 한다. 미국 의회심사법은 국회법 개정안과 몇 가지 면에서 다르다. 첫째, 모법 취지 부합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주요규칙으로 간주될 경우, 임의로 발효를 막을 수 있다. 둘째, 엄격한 시간제한이 있다. 주요규칙에 대한 감사원장의 보고서는 15일 이내 제출되고, 불승인결의는 60일 이내에 통과돼야 한다. 셋째, 유사법안 발의가 금지된다. 실질적으로 동일한 형식을 재공고하거나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법안을 새롭게 발의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위헌논란에서 자유롭다. 헌법상 근거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위임금지원칙에 의해 의회의 입법권 위임능력 존재여부에 대한 위헌논란이 일었다. 반면 우리 헌법에는 강력한 근거조항이 있다. 법률상 위임 없이도 직권발의 할 수 있다. 대통령령은 법률 집행에 필요한 사항, 총리령과 부령은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이 소관사무에 관해 발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권 강화를 위한 ‘한국식’ 국회심사법 제정을 제안한다. 적용범위는 행정법률의 법률 위배 또는 위임범위 일탈, 즉 모법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뛰어넘을 경우로 제한하는 것이다. 입법부의 고유권한을 회복하고, 행정부에 대한 보다 실효성 있는 견제를 위함이다. 또한 행정기관의 입법기능에 대한 국민참여 기회를 늘려야 한다. 입법예고 시, 제출의견 전문을 인터넷으로 공개하고, 별도의 응답의견 제출기간 등을 포함해서 제출기간도 최소 90일로 늘려야 한다. 나아가 행정입법 절차의 투명성 및 정치적 책임 강화를 위해 국민이 직접 법의 제정, 개정, 및 폐지에 관한 제안을 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initiative)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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