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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LVMH, 케어링, 리슈몽...럭셔리 거대그룹은 무엇이 다른가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글로벌 럭셔리 산업은 2014년 정점을 찍었지만, 올해도 여전히 낙관적 전망 속에 순항하고 있다. 럭셔리 산업은 특성상 세계경제나 사회환경 등에 따라 예민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퇴조를 보이다가도 쉽게 반전을 이룬다는 점에서 여타 산업과 다르다.

현재 세계 럭셔리 산업을 선도하는 럭셔리 그룹은 LVMH, 케어링, 리슈몽으로 삼분돼 있다. 그 중 매출이 가장 큰 그룹은 모엣샹동과 루이비통을 보유한 LVMH. 이어 과거 PPR그룹이었던 구찌와 생 로랑 브랜드를 보유한 케어링이 2위, 까르티에와 끌로에 브랜드를 소유한 리슈몽 그룹이 마지막이다. 흔히 거대 기업 집단에 속할 경우 기업 가치나 독창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LVMH, 케어링, 리슈몽 같은 거대 럭셔리 그룹들은 독립 브랜드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다. 

앤드루 시필로브와 프레데릭 고다르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350개 이상의 패션 기업 실적을 분석한 결과, 거대 그룹에 속해 있는 브랜드일수록 성공적이며 창의적인 패션 컬렉션을 만든다고 밝혔다. 고가 의류를 취급하는 소매상과 도매상들 역시 거대 그룹에 속한 브랜드가 만든 컬렉션이 독립 브랜드보다 평균 세 배 정도 더 창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시필로브와 고다르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최근호에 세 럭셔리 그룹의 성공요인을 조사ㆍ연구한 결과를 보면 거대 럭셔리 그룹의 성공요인은 일반적인 거대 기업과 판이하게 다르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럭셔리 산업은 주류경영학에 역행=세 럭셔리 그룹의 특징은 다양한 브랜드로 구성된 사업다각화에 있다. 이를 통해 능력이 있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영감을 일으키는 동시에 그룹 전반의 혁신에 기여했다.

이는 일반적인 기업의 성공 패턴을 역행한다. 기업은 핵심 사업과 역량에 집중할 때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는 게 일반적인 경영상식이다. 사업다각화는 상당한 비용절감이나 업무 시너지 효과가 있지 않는 한 기업 가치를 증대시키지 못한다고 본다. 하지만 럭셔리 브랜드 기업에는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오히려 인재 육성 및 공급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한다. 각 브랜드는 자율적으로 관리되고 브랜드마다 손익 계산을 별도로 진행한다. 매니저에 대한 업무평가는 각자가 맡고 있는 브랜드의 수익성과 밀접하게 연결되기 때문에 브랜드 사이에 선의의 경합을 일으킨다.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의 진정한 가치는 사업 관리자와 디자이너들에게 풍부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거대 그룹에 속한 브랜드가 디자인과 사업혁신 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발휘하는 이유다.

다양한 브랜드 구축에 따른 럭셔리 그룹의 순환근무제는 인재관리에서 경쟁우위를 갖는 요인이다. 세 그룹은 모두 직원의 그룹 내 순환근무를 장려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300명의 직원이 참여한 LVMH의 푸투라(FuturA)프로그램도 이와 비슷한 목적으로 생겨났다. 이 프로그램은 그룹이 5년 내에 주요 직책을 맡길 수 있는 관리자들을 찾아내 양성하는 역할을 한다. 능력이 뛰어난 직원은 흔히 다른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로 괜찮은 직장을 떠나지만 케어링과 LVMH, 리슈몽의 직원은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가고 싶은 곳이 그룹 내에 모두 있기 때문이다. LVMH의 브랜드 매니저 직에 공석이 생기면 약 3분의 2가 LVMH 내부 인재들로 채워진다. 개인 뿐만 아니라 그룹 입장에서도 순환근무제는 직원들이 발휘할 수 있는 가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재관리에서 럭셔리 그룹의 또 다른 특징은 퇴사한 직원과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재고용하는 방식이다. LVMH의 경우 퇴사자를 재고용하는 일은 일상적이다. LVMH의 한 임원은 첨단 기술을 갖춘 신생 화장품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미용 제품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키는 아이디어를 갖고 LVMH의 화장품 브랜드 겔랑에 재고용됐다. 또 다른 임원은 그룹을 떠나 구글에 취업한 뒤, 첨단 웨어러블 제품을 디자인하는 전문성을 습득해 그룹에 복귀했다.
프랑수아 앙리 케어링 회장

▶다양한 포트폴리오, 해외근무는 영감의 원천=순환근무, 직무 이동성은 최상의 실행방안을 찾아 각 브랜드에 전파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전통적으로 럭셔리 시계 브랜드의 경우 기술적인 우수성과 우아한 디자인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쳐왔으나 최근 더 많은 매출 성장을 위해 그룹 내 화장품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의 마케팅 관리자를 데려오고 있다. 이들은 장인의 철학을 담은 제품 스토리를 만들어 고객의 주머니를 열게 하는데 탁월한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 내 다른 부문이 갖고 있는 브랜드 구축과 광고기획의 전문성을 활용함으로써 그룹 시계 브랜드는 독립 시계 브랜드보다 경쟁우위를 갖게 된다. 독립 브랜드가 이렇게 하려면 많은 돈을 내고 외부 전문가를 써야 가능한 일이다. 럭셔리 브랜드 그룹이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세계 곳곳의 사업장에서 외국 근무 경력이 있는 관리자를 쉽게 구하거나 혹은 직원들을 해외로 파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창조적 영감을 제공, 그룹의 주력 브랜드가 성공을 거두는 데 기여한다. 두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해외 근무경험이 있는 패션디자이너가 창의적인 컬렉션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특히 2~3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을 때 창의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케어링그룹은 ‘영감을 찾는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럽과 미국 출신 디자이너들이 일본과 중국, 아프리카, 중동 등 을 여행하면서 새로운 패턴과 원단, 새로운 개념을 접하고 자신의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이다. 유럽 디자이너가 그 지역 소비자들이 럭셔리의 어떤 면을 좋아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외국 시장 경험은 필수다. 예를 들면, 미국 소비자는 시계를 살 때 기능이나 특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아시아 지역 소비자는 브랜드의 명성을 더 많이 고려한다는 사실은 마케팅에서 간과할 수 없다.
요한 루퍼트 리슈몽 회장

▶인재발굴을 위한 교육 투자=브랜드의 특별한 명성을 유지하려면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이 필요하다. 새 아이디어와 혁신은 그룹 외부에서 찾아야 할 때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럭셔리 브랜드 그룹은 인재 발굴에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리슈몽은 파리에 있는 인스티튜트 슈페리어 드 마케팅 드 럭스의 럭셔리 브랜드 마케팅 교육과정을 후원하고 있다. LVMH와 케어링, 리슈몽은 프랑스 그랑제꼴 중 하나인 에섹(ESSEC) 경영대학에 개설된 인터내셔널 럭셔리 브랜드 매니지먼트MBA 과정을 함께 지원하고 있다. 또 젊은 디자이너와 기능공 훈련을 위해 LVMH는 프랑스의 몇몇 공예학교와 함께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리의 유명한 귀금속 세공 학교(BJOP)의 학생은 LVMH 소속 럭셔리 귀금속 브랜드 쇼메 혹은 루이비통의 대표 장인 아래에서 견습생으로 일할 수 있다. 의상디자인을 전공으로 하는 파리의상조합학교(ECSCPE)의 학생은 디올이나 지방시, 겐조 등의 의상디자이너로부터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이런 교육지원 프로그램은 각 부문의 장인들이 재능을 후대에 전수, 보존할 수 있게 하고 그룹에게는 미래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 럭셔리 그룹은 다른 산업 부문의 인재 채용에도 적극적이다. 루이비통의 전임 CEO였던 이브 카셀이 도요타자동차에서 몇 명의 관리자를 채용, 루이비통의 공급망 관리체계를 개선한 일은 유명하다. 사업 다각화를 이룬 거대 조직이라는 점은 럭셔리 그룹이 다른 산업 부문에서 인재를 데려올 때 장점으로 작용한다. 세 럭셔리 그룹은 이런 다양한 인재 육성 및 관리 제도를 통해 조직을 탁월한 인재들로 채우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 변화하는데 성공했다.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와 독특한 관리 시스템이 LVMH와 리슈몽, 케어링 그룹에 속한 브랜드 컬렉션이 높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이유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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