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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잘못 인정하지만 절필은 없다” 표절 논란 입연 신경숙
“안읽은 것 같지만…내 기억을 믿을수 없는 상황” 공허한 해명…문학계 ‘반성·성찰’로 이어질지 주목
일본 작가의 작품을 표절한 의혹을 받고 있는 소설가 신경숙(52)이 자신의 잘못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 소설가 이응준이 지난 16일 의혹을 제기한 지 1주일 만이다. 신 씨는 2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신 씨는 해당 작품을 작품집에서 빼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관련기사 11면

그럼에도 신 씨는 ‘우국’을 읽지 않았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 16일 의혹이 제기됐을 때 창비를 통해 밝힌 대로 ‘우국’을 읽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15년 전, 평론가 정문순씨가 같은 사안으로 의혹을 제기했을 때도 읽지도 않은 작품을 갖고 표절할 리가 있나는 생각에 해당 평론을 읽지 않았다고 했다. 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작별인사’,‘엄마를 부탁해’ 등 여타 작품에 쏟아지는 표절 의혹과 제목 도용도 그는 선을 그었다. 그는 “어떤 소설을 읽다보면, 어쩌면 이렇게 나랑 생각이 똑같을까 싶은 대목이 나오고 심지어 에피소드도 똑같을 때가 있다”, “시에서 제목을 따오는 일은 당시 문단에서 종종 있던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한 잘못을 모두 짊어지고 책상 앞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문학은 목숨과 같은 것이어서 절필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경숙의 해명은 거짓이 있을 수 없다. 그가 애써 꾸며 말한 것도 아니다. 그가 문학을 살아온 방식, 문단의 생태를 그대로 반영한다.

이번 ‘신경숙 표절 사건’의 핵심은 문단 내에서 조용히 묻힌 2000년과 다른 지점에 있다. ‘소설의 위기’라 불릴 정도로 이렇다할 소설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문단 현실과 문단의 폐쇄성이 권력의 분산과 파괴가 빠르게 일어나는 SNS 소통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데 따른 사회적 파장이 크다. 작가와 문단은 여전히 ‘그들만의 방’에 머물러 있는 인상이다. 출판사 창비와 신경숙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화가 나 있는 이유다. “원고를 써서 항아리에 묻더라도” 작품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신경숙의 각오가 한편으론 공허하게 들리기도 한다. 신경숙의 표절 논란은 문학계의 반성과 성찰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연대와 한국작가회의는 23일 오후 ‘최근의 표절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라는 토론회를 연다. 작가의 잘못을 막아주고 재생산해온 출판사와 비평가 그룹의 ‘침묵의 카르텔’ 구조를 어느 정도 파헤칠지 주목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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