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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정치권의 편들기, 지상파의 배불리기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지상파가 최고의 ‘갑’이죠. 요새 행보를 보면 무서울 정도에요.”

케이블 TV의 한 관계자가 최근 모바일 IPTV의 지상파 방송 중단 사태를 보고 푸념 섞어 털어놓은 말이다. 지난 22일부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서비스하는 모바일 IPTV에서 지상파 방송이 중단됐다. 지상파3사가 TV채널사용료를 가입자 1인당 월 1900원에서 3900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통신사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양측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또 일부 지상파TV는 케이블TV(유료방송사업자)에도 프로그램공급가격을 올리자고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방송을 명분으로 유휴주파수 대역인 700㎒를 독식할 태세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세를 확장하고 배를 불려가면서 한쪽에 시청자와 모바일 사용자, 케이블TV, 통신사들을 몰아넣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는 정치권의 일방적인 지상파 편들기가 한몫하고 있다. 유휴주파수대역 할당에도 지상파 주장을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는 정치권은 이번에는 지상파 3사의 외주 제작 독식에 길을 열어줬다.

국내 콘텐츠 시장의 지상파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반면 그동안 ‘저임금 열정페이’로 상징되던 열악한 독립 제작사들의 생존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2일 방송사업자의 외주제작 편성의무는 유지하되, 특수관계자가 제작하는 방송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제한하는 규정은 폐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내년 3월23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지상파의 케이블TV 자회사가 만든 프로그램도 외주제작 프로그램으로 인정돼 사실상 자사가 만든 모든 프로그램만 골라 편성해도 문제가 없도록 한 것이다. 이는 독립 프로덕션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조치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이번 개정안에 관련 업계에서는 “해도 너무 한 지상파 편들기”로 반발하고 있다. 지상파들의 외주 제작사 가격 후려치기 및 이에 따른 열정 페이 논란이 여전한 현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도 이 같은 개정안의 문제점을 인식, 시행령 등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지상파 방송사는 모든 협상에서 ‘갑’의 입장인데 정치권마저 한술 더 떠 거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크다. “정치인들에게도 결국 방송사는 ‘갑’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정치권은 각 산업 분야의 균형적인 발전과 국민ㆍ시청자의 이익을 중히 여기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할 것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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