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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같은 색 다른 이름…車 컬러 네이밍에도 ‘룰’이 있다
1906년 레이싱서 국가별 車컬러링 제안
佛 파랑·伊 빨강·英 녹색 등 국가상징
벤츠·페라리 옛 우승영광 계승 전통잇기…
수작업 명가 벤틀리는 가젤·자기 등
차주 감성 색상에 반영 용어 표현
시트로엥 DS3도 五感 작명 활용 눈길…
랜드로버, 세계 도시명 등 지리명 차용
자유·도전정신 브랜드 철학 반영도



자동차 색상은 단순 페인트칠이 아니다. 각 완성차 브랜드들은 색이 주는 느낌, 의미 하나까지 고려해 차와 함께 색상을 ‘개발’한다. 색의 경쟁력이 브랜드는 물론이고 차종의 경쟁력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브랜드별로 같은 색에 각기 다른 이름을 붙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들어 페라리의 빨간색은 ‘로쏘 코르소’이며, 현대차 벨로스터는 ‘벨로스터 레드’로 부른다. 같은 빨간색이지만 명도, 채도 등이 브랜드, 차종 특성에 맞춰 정교하게 디자인된다.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20-4 50° 애니버서리오’의‘ 지알로 마지오(5월의 노란색)’

▶차는 역사의 산물, 전통형=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차 색상을 들여다보면, 1990년대초 모터스포츠의 역사가 담겨있다.

1906년 프랑스 르망에서 열린 최초의 그랑프리 대회에서 전설의 레이싱 선수 ‘루이스 즈보로브스키’가 국가별 차 컬러링(coloring)을 제안한게 시초다.
당시 이태리는 빨간색, 프랑스는 파란색, 영국은 녹색, 벨기에는 노란색을 상징색으로 썼다. 독일은 원래 흰색이었으나, 1930년대 벤츠와 아우토유니온(아우디의 전신)이 은색으로 참가한 이후 독일의 상징색이 됐다. 은색은 일부러 의도한게 아니라, 차량 무게를 줄여 속도를 내기 위해 페인트를 벗겨내다보니 만들어진 색상이다. 
페라리 488GTB에 적용된‘ 로쏘 코르소(빨간색)’


아직도 몇몇 브랜드들은 과거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의 영광을 계승하기 위해 국가별 상징색에 의미를 부여한다.

은색을 향한 독일 브랜드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은빛 화살처럼 반짝이며 질주했던 ‘실버 애로우(Silver Arrow)’ 레이싱카의 전통을 계승하고자, 은색이 메르세데스-벤츠의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대표색이 됐다”고 설명했다. 벤츠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색도 은색이다.

여전히 페라리는 빨간색(로쏘 코르소), 영국브랜드인 재규어는 고유의 컬러로 녹색(브리티쉬 레이싱 그린)을 활용한다.
재규어 D-type에 적용된‘ 브리티쉬 레이싱 그린(녹색)’


▶자연을 닮은 색, 감성형=한땀한땀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명차 벤틀리는 차색상을 가젤, 자기, 유성, 달빛 등으로 감성적으로 표현한다. ‘달빛(Moonbeam)‘은 화사하게 반짝이는 은색으로 표현되며, ‘천둥(Thunder)’은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을 뜻한다.

벤틀리 측은 “차는 차주인의 감성을 드러내는 매개로, 색상을 부르는 용어도 감성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람보르기니는 ‘아벤타도르 LP720-4 50° 애니버서리오’ 모델에 ‘5월의 노란색’이라는 뜻의 이름(지알로 마지오)을 붙였다. 이 차는 화사한 봄의 개나리색을 닮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광물의 이름을 주로 사용한다. 벤츠 측은 “가장 자연에 가까운 색상을 차에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광물색에서 영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벤츠는 흑요석(검정), 백운석(갈색), 흑동광석, 백금광석, 다이아몬드(은색) 등의 이름을 붙인다. 

아우디 뉴 A7과‘ 실버’

아우디도 빙하를 닮은 흰색, 범고래와 유사한 검정, 목재가 떠오르는 갈색 등 자연의 색을 작명에 활용한다.

프랑스 브랜드 시트로엥 DS3는 ‘오감(五感)형 작명’을 활용한다. 붉은 입술을 연상시키는 ‘체리 레드’를 비롯해, 상큼한 자두향이 떠오르는 ‘퓨시아’, 이탈리아 유명 화가 보티첼리가 좋아했던 ‘보티첼리 블루’ 등 톡톡튀는 색상명을 가졌다.

현대자동차는 벨로스터에 영건, 애시드 카퍼, 블루스프린터 등의 색상명을 적용했다.

‘영건(Young Gun)’은 무광의 회색으로, 미국에서 젊은세대를 뜻하는 표현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연구소 디자이너들이 제안한 컬러명으로 직관적으로 벨로스터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애시드카퍼(Acid Copper)’는 톡톡튀는 구리(광물)라는 뜻으로 독특한 오렌지빛을 상징한다.

▶“모험을 떠나요” 지명형=지명을 딴 색상명도 많다. 영국에서 건너온 SUV 명가 ‘랜드로버’는 차색상에 세계 각지의 지역, 도시명 등 지리명을 활용한다. 랜드로버 관계자는 “차량 모델명인 ‘디스커버리(Discvoery)’에서도 알 수 있듯, 랜드로버가 지향하는 자유와 모험 정신이라는 브랜드 철학이 색상명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잔지바르(금색)’

파란색 계열은 바다 또는 강의 이름을, 오렌지색은 사막 이름을 차용한다. 예를들어, ‘코리스 그레이(Corris Grey)’는 웨일스의 슬레이트 광산 지역에서 따왔으며, 금빛의 ‘잔지바르(Zanzibar)’는 인도양의 흑진주로 불리는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에서 차용했다. 2014년 공개된 랜드로버의 럭셔리 SUV ‘레인지로버 이보크’엔 금빛의 ‘잔지바르’가 적용돼 반향을 일으켰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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