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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온실가스 감축, 의지는 보이되 너무 앞서가지 말아야
정부가 11일 세계 195개국이 참여하는 ‘신(新)기후체제(포스트 2020)’에서 이행할 온실가스 감축 목표 초안을 공개했다.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기준으로 그보다 14%에서 31% 까지 배출량을 줄인다는 4가지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정부는 마련한 시나리오는 경제성장률과 유가, 산업구조 등의 변수를 고려해 2030년의 BAU를 8억5060만t으로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각각 14.7%(1안ㆍ7억2600만t), 19.2%(2안ㆍ6억8800만t), 25.7%(3안ㆍ6억3200만t), 31.3%(4안ㆍ5억8500만t)를 줄이는 내용이다. 이는 녹색성장을 국정과제로 내건 이명박정부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BAU대비 30% 감축한 5억4300만t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한 것에 미치지 못한다. BAU 기준 시점도 2020년에서 2030년으로 10년 늦춰졌다.

정부는 12일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말 유엔에 최종 감축 목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지만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해당사자 모두가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산업부는 1안을, 환경부와 외교부는 4안을 선호한다. 1안은 현재 시행 중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따라 감축정책을 강화하는 것이고 2안부터는 정부의 재정지원과 민간부문의 비용 부담이 수반된다. 4안은 LNG발전 등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환경단체와 야당은 “네 가지 방안 모두 2009년 이명박 정부가 국제사회에 내건 감축 목표에 미달한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2월 페루 리마 총회에서 합의한 ‘후퇴금지의 원칙에 위배돼 국제신인도에 악영향을 줄 것 이라는 지적이다. 산업계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전경련은 “2030년 BAU를 8억5060만t으로 추정한 것은 지나치게 낮다”며 “최소 9억t이상은 돼야 제조업이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기후체제 참여는 세계 10위권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당연한 의무이고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렇다고 명분만 좇아 실리를 내팽개칠 수도 없는 형국이다. 스위스가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0% 감축안을 발표했다지만 제조업 비중이 낮다는 점에서 우리와 단순비교할 수 없다. 온실가스 감축은 숙제 먼저 했다고 상 받는 일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제조업이 정점에 이르던 시점을 기준으로 감축률을 발표하면서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고 있는 점도 간파해야 한다. 우리는 서구 선진국과 달리 여전히 제조업 성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온실가스 감축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므로 의지는 보이되 너무 앞서 갈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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