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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원 가까워 가치 살리면 용산 명소로”
‘도시재생’으로 방향 튼 해방촌 가보니
수년전부터 “곧 개발”말잔치…최고고도 지구로 묶여 흐지부지
최근 식당·카페등 들어서…젊은이들 사이 ‘핫 플레이스’로 각광



서울시는 ‘해방촌’으로 더 잘 알려진 용산2가동에 도시 재생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후한 주택을 바꾸는 것을 비롯해 산업과 역사문화 등 복합적인 처방을 내려 이 지역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주민 강모(61) 씨는 “정부가 유엔사땅을 제일 먼저 개발한다고 하는데 해방촌도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났다.

3월 말 해방촌 주민협의체가 생겼고 주민대표도 뽑혔다. 지난 24일엔 주민협의체 임원들과 서울시, 용산구 담당자들이 워크숍을 열어 사업 방향을 논의했다. 용산구는 올해 말까지 도시재생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 부동산 유리창에 붙은 ‘유턴 프로젝트ㆍ남산 녹지축 상담 전문’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햇빛을 오래 받은 탓에 색이 바래져 있었다.

해방촌은 그동안 몇차례 발표된 개발계획에 가슴 설렜던 적이 있다. 2006년 ‘강북 유턴프로젝트’가 처음 언급됐다. 용산과 뚝섬에 친환경 주거타운을 만들어 강남에 쏠린 주택수요를 강북으로 돌리겠다는 계획이었다. 2009년엔 ‘남산 그린웨이(근린공원)’ 프로젝트가 발표됐다. 해방촌 일부를 녹지공간으로 만들어 남산에서 한강까지 이어지는 생태축을 복원시킨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어느 것도 실제로 이뤄지진 않았다. 부동산 가격만 치솟았다가 푹 꺼졌다.

해방촌에서 만난 현대부동산 사장은 “땅값, 집값 무지하게 올랐다. 3~4년 전부턴 한풀 꺾이더니 지금은 가격 떨어지고 거래도 한산하다”며 “개발 분위기에 외지인들이 대거 들어왔다. 지금은 밑지더라도 팔고 많이 나갔다”고 했다. 이곳 중개업소 이야기를 종합하면 2008~2009년께 3.3㎡당 4500만원까지 육박하던 지분 가격(대지 16㎡기준)은 지금 2500만원 내외 수준에서 거래된다. 2010년 36곳이 성업하던 부동산 중개업소는 지금은 21곳만 남았다.
도시재생 사업의 첫 발을 내디딘 해방촌 저층 주거지 모습. 주민들은 “분위기가 개선돼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살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도시재생 사업의 첫 발을 내디딘 해방촌 저층 주거지 모습. 주민들은 “분위기가 개선돼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 살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섭 기자/babtong@

이곳 개발이 ‘말잔치’로만 끝났던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남산 기슭에 자리 잡은 까닭에 최고고도지구로 묶여있어 높은 건물(최고 20m까지)을 지을 수 없다. 수십 년 전부터 여기에 땅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의 반대를 극복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한 부동산 사장은 “1종 주거지역은 용적률 최대로 받아봐야 150%고 기껏해야 4~5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으니 (재개발)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며 “주민들은 ‘남산이 우리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덧없는 이야기도 한다”고 했다.

개발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해방촌 사람들은 도시재생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최근 이태원과 가까운 해방촌 동쪽에 갖가지 식당과 카페가 들어서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가 됐기 때문이다.

33㎡(10평) 남짓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40) 사장은 “잘 꾸며놓으면 사람들이 많이 찾을 수 있고, 분위기도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해방촌 공인 이복동 대표는 “땅값이 상투쳤던 2007년 이후론 하향세에 있지만, 먹자골목이 형성된 해방촌 동편은 지분이든 점포든 사겠다는 사람이 줄 서 있다”며 “해방촌 가치를 잘 살리면 인구가 들어온다. 재생사업 예산 100억원을 잘 써야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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