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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H, ‘시니어 일자리’ 門 활짝열고 ‘주거복지’ 달린다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1. 거듭된 사업실패로 절망 속에 살고 있던 부산 금곡동의 김상춘(가명ㆍ65) 씨. 탄식으로 세월을 보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아파트 관리 시니어사원 채용공고를 우연히 보게 된다. 지인의 격려로 도전하게 된 30년만의 직장, 찢고 또 찢은 자기소개만 10번이 넘었다고 했다. 8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통지를 받은 그가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매월 들어오는 월급보다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금곡동 LH 금곡2단지 시니어사원이 된 그는 월급날 5만원짜리 두 장을 펴 시골에 홀로계신 어머니에게 부치며 눈물을 흘렸다. 채용소식과 함께 긴 터널을 빠져나온 그는 현재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2. 3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다 2013년 2월 정년퇴직한 강원도 원주에 사는 임오선(가명ㆍ여ㆍ63) 씨는 나이가 들어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견딜 수가 없었다. 수십년 동안 일하던 직장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해방감을 맛보기도 했지만,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허탈감과 무력감은 더했다. 그러기를 1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임 씨는 노인복지관에 다니던 친구의 소개로 알게된 LH 시니어사원채용에 도전해 합격했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그는 LH 원주 무실7단지 시니어사원으로 일하면서 단지내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치거나 입주민들의 불만을 접수하는 등 아파트 입주민 관리를 담당하며 인생2막을 시작했다.

LH가 시행하고 있는 시니어 사원 제도가 시니어층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상춘 씨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좀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하는 것을 소망했는데, 우리를 채용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그냥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1만명의 시니어사원 채용을 했다. 이를 통해 LH는 일자리 창출과 주거복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사진은 시니어사원 발대식.

▶시니어사원 일자리 창출= LH는 공기업 최초로 2010년부터 시니어사원 일자리 창출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2000명, 2012년 2000명, 2013년 3000명, 2014년 2000명을 채용했고, 올해도 4월 현재 1000명 채용이 확정됐다. 만 60세 이상(2014년부터 만 55세) 노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는데 지금까지 총 1만명이 일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LH는 시니어사원 채용을 통해 주거복지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노인 빈곤문제를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노인인구비중이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하지만 대비는 상당히 미흡한 실정이다. 당장 노인 빈곤율이 47.2%로 OECD 국가 평균보다 4배나 높다.

LH 관계자는 “시니어사원 채용 제도는 일할 능력은 여전하지만 단순히 나이 때문에 일할 기회를 잃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이라며 “시니어사원들을 독거노인 임대주민 커뮤니티에 투입해 다양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LH에 따르면 시니어사원에 지원하는 이들의 경력은 사회복지사, 주택관리사, 공인중개사, 교사, 미화원, 금융권 종사자 등 매우 다양하다. 그만큼 LH가 진행하는 다양한 주거복지 사업에서 시니어사원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LH는 시니어사원을 LH의 임대주택 단지에 채용해 일자리 창출과 입주 주거서비스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LH가 시니어사원과 입주민 등을 상대로 진행한 만족도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니어사원(72.6), 입주자(76.7), 관리소(76.4) 등 모두 70점 이상의 만족도를 보였다.

채용된 시니어들은 하루 4시간씩 주 5일을 근무하며 급여는 매달 최대 59만원 씩 받는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노인 시간제일자리와 비교할 때 근무여건 및 급여조건이 높아 경쟁률이 높다는 것이 LH의 설명이다. 시니어사원 선발 경쟁률은 매년 5대1을 넘었고, 올해도 6.4대1을 기록했다.

▶LH “주거복지중추 역할할 것”=LH가 이렇듯 실버 일자리 창출에 일관된 철학을 실천하는 것은 이재영 LH 사장의 든든한 지원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평소 “LH가 국가 주거복지 전문기관으로서 주거복지를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LH의 사회공헌 활동은 국토개발, 서민 주택공급이라는 자체 고유 업무와 연계해 이뤄진다. ‘주거복지 전문기관’이란 타이틀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시니어사원 제도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들이 임대주택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주거복지를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설립 지원사업도 주거복지와 결합된 사회공헌사업이다. 임대단지 내에 운영 중인 지역아동센터를 수리하고 어린이 공부방을 운영하는 사업으로 4월 현재 전국적으로 37개 지역아동센터 및 공부방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하루 평균 약 743명의 임대단지 어린이가 이곳을 이용해 공부하고 있다.

임대단지 어린이를 위한 급식 서비스도 제공한다. ‘엄마손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펼치는 이 활동은 2005년 수원매탄 국민임대 등 3개 단지를 시작으로 매년 조금씩 시행 단지를 늘렸다. 2014~2015년 겨울방학에는 총 106개 임대단지에서 급식을 실시했다.

LH임대주택에 사는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소년소녀가정의 아동들을 지원하는 활동도 벌인다. 이들 학생을 대상으로 LH 지역본부와 협력관계를 맺은 대학 봉사자들이 매주 가구를 방문해 학습지도, 진로상담 등을 해주는 것이다.

LH는 또 2004년부터 매년 다문화 가정, 새터민 부부 등을 위한 봉사활동도 펼친다. 2004년부터 매년 임대주택 입주민, 다문화가정, 새터민 부부 등을 위해 합동결혼식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총 135쌍이 LH의 도움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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