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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김필수]‘song one’ ‘begin again’ 그리고 ‘whiplash’
“초심을 갖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이를 악물고!”

갑자기 공자님 말씀 같은 얘기를 꺼냈다. 다 영화 때문이다. 최근 잇달아 개봉한 음악영화들.

‘begin again’, ‘whiplash’, 그리고 ‘song one’.(국내개봉순)

음악영화 매니아들은 세 영화를 시리즈처럼 보고 또 본다. 감정 볼륨만 보면 세 영화는 공교롭게도 기승전결 형태로 엮인다. ‘begin again’의 중간톤에서 출발해 ‘whiplash’에서 최고조에 달했다가 ‘song one’으로 잔잔하게 마무리되는 전개다.

제목들에 눈길이 꽂혔다. 순서를 좀 바꿔봤다. “초심을 갖고(song one), 다시 시작하는 거야(begin again). 이를 악물고!(whiplash)”

# ‘song one’.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의 첫 번째 작품을 일컫는 말이다. 당연히 순수와 열정의 결정체다. 시간이 흐르면서 빛바래지만, 가슴 한 켠에 영원히 남을 작품. 필자의 첫 기사는 96년 가을에 활자화됐다. “어떤 이유로(이제 기억이 안난다) 증권사들이 보유한 단말기가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는 1단 짜리 박스기사. 스크랩 해뒀다가 누렇게 될 때까지 보관했던 기사. 지금 보면 엉성하기 짝이 없어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사. 그러나 20대 후반의 풋내기 기자가 전력을 다한 기사이고, 이렇게 다시 기억되며 뒤를 돌아보게 하는 기사로 남아 있다. ‘song one’은 곧 초심이다.

# ‘begin again’. 개인적으로 세 영화 중 첫 손에 꼽는 영화다. 감동과 재미, 음악과 스토리가 조화를 잘 이뤘다. ‘다시 시작하라’. 말은 쉽다. 실천은 어렵다. 첫걸음 떼는 일은 누구에게나 두렵다. 얼마 전 만난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자극이었다. 잘 나가던 방송PD를 관두고 미술관으로 ‘다시 시작’했다. 미술관 일을 하면서는 책 쓰는 일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온 책이 30여권. 두 권을 또 집필중이다. 그것도 강의까지 병행하면서다. begin again은 곧 도전이다.

# ‘whiplash’. 영화에 나오는 곡명이다. 사전적 의미는 ‘채찍’. 스승은 주인공에게 ‘whiplash’를 연주시키면서 엄청난 육체적ㆍ정신적 채찍질을 가한다. 극한상황까지 몰아 부친다. 좌절과 반발심은 자학의 채찍질까지 하게 만든다.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이 무아지경의 연주를 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해피엔딩인지는 의문이다. 자발적 결과물이 아니기에 지속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정답은 없다. 자율을 중시하고 당근을 잘 활용한 레너드 번스타인. 통제를 중시해 채찍을 능수능란하게 휘두른 헤르베르트 폰 카랴안. 두 사람 모두 20세기 후반 지휘계를 양분한 거장으로 추앙되고 있다. whiplash는 곧 절제와 통제다.

머리는 복잡하고, 가슴은 시린 4월. 자문해 보자. 초심으로 돌아가게 할 ‘song one’이, 새롭게 첫걸음을 떼고 ‘begin again’할 용기가, 느슨해지는 자신을 옥죌 ‘whiplash’가 내겐 아직 남아 있나.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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