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식품R&D 현장을 가다]<17>정식품 중앙연구소, 두유 ‘무한변신’의 산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사망하는 아기들이 많았던 시절, 소아과 의사였던 정재원(정식품 명예회장) 씨는 영국과 미국 유학길에 올라 선진 의료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64년 유당불내증(유당소화장애)의 원인이 모유와 우유 속 유당 성분에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아기 치료식 개발에 나섰다.

어릴 적 어머니가 자주 끓여주시던 콩국이 유아를 위한 3대 필수 영양소(단백질 40%ㆍ탄수화물 35%ㆍ지방 20%)를 풍부히 함유하고 있는 반면, 유당 성분은 전혀 없음을 알아낸 그는 1966년 발명특허(1971호)를 받았다. 1967년에는 콩을 갈아 만든 일반 콩국에 부족한 영양소를 보강해 영양균형을 맞춰 국내 최초의 두유 개발에 성공했다.

‘식물성 밀크(Vegetable Milk)’라는 의미의 ‘베지밀(Vegemil)’로 명명된 이 제품은 처음엔 소아과에서 아기 치료식으로 지급하다가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결국 1973년 경기도 신갈에 공장을 건설해 일일 20만병 가량의 생산규모를 갖춘 제조회사를 만들고 정식품을 설립했다. 베지밀의 공급이 계속 부족하자 1984년에는 청주에 자동화 생산설비를 갖춰 일일 150만~250만팩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추가로 지었다.

정식품은 1973년 창립 이래 42년 간 두유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2015년 3월 기준, 현재까지 베지밀 두유의 누계 매출량은 약 130억팩을 넘는다. 이를 일렬로 세워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1600번 왕복할 수 있고, 지구를 34바퀴 돌고도 남는다.

처음 베지밀A와 베지밀B로 시작한 베지밀은 현재 60여 가지 품목으로 다양해졌다.

2000년대 이후 웰빙 열풍에 힘입어 항산화, 탈모예방, 혈액순환 등에 좋은 블랙푸드가 주목받으면서 ‘베지밀 검은콩과 검은참깨 두유’가 출시됐고, 견과류를 가미한 ‘베지밀 아몬드와 호두 두유’도 선보였다. 2010년대 들어서는 삭품 안전에 대한 니즈가 확대되면서 ‘베지밀 우리콩 두유’, ‘베지밀 무첨가 두유’가 출시됐다.

지난해에는 젊은층을 타겟으로 한 ‘베지밀 과일이 꼭꼭 씹히는 애플망고 두유’가 나와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알갱이를 넣어 씹어먹는 최초의 두유로, 관련 설비에만 20억원을 투자했다. 젊은 10~20대들이 두유를 좀 더 재미있고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제품 콘셉트 개발부터 원료 선택을 위한 수백번의 테스트, 특허 취득까지 4년에 걸쳐 탄생한 제품이다. 출시 약 7개월 만에 판매량 170만팩을 돌파했다. 음료에 과일 입자를 고르게 분산해 균일한 양으로 팩에 넣는 방법까지 발명해 특허까지 취득했다. 

<사진설명>정식품 중앙연구소는 외부에서 이미 GMO 검사를 거친 non-GMO 콩을 들여와 자체 GMO분석장비인 Real Time PCR로 대두의 GMO검사를 다시 한번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정식품 중앙연구소 연구원이 GMO검사를 진행하는 모습.

이와 함께 철저한 당 건강관리가 필요한 소비자를 위해 당 상승 억제 효과가 있는 뽕잎이 47mg 함유되고 체내 흡수 속도가 설탕의 5분의1 정도인 벌꿀 성분 팔라티노스 등이 함유된 ‘베지밀 당까지 생각한 뉴에이스 두유’도 지난해 리뉴얼돼 출시됐다.

올 4월에는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베지밀’을 출시하며 건강기능식품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에 효과적인 대두 단백을 별도의 화학처리 없이 천연 가공공정을 통해 제품화하기 위해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다양한 두유제품을 개발하는데는 1985년 탄생한 정식품 중앙연구소의 역할이 컸다.

정식품 중앙연구소는 30여명의 석박사급 전문 연구원들로 구성되며, 매년 10개 안팎의 신제품 두유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3년 간은 매년 15개 안팎의 신제품 개발로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연구개발비는 약 18억원(전체 매출액의 1.1%)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금까지 받은 특허만 31건에 달한다.

두유의 원료인 콩에 대한 안전성 검사도 철저하다. 외부에서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ㆍ유전자변형농산물) 검사를 거친 콩을 들여오지만, 중앙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추가 검사를 또 한번 실시해 확실히 안전성을 검증한 콩만 제품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

지난 1991년에는 국내 최초의 특수영양식도 개발했다. 정식품의 ‘그린비아’는 수입 영양식의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이나 한국인의 체질, 입맛에 맞지 않는 제품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환자들을 위해 약 6년 간의 연구개발 끝에 출시됐다. 2013년에는 국내 최초로 요오드 제한 영양보충식 ‘그린비나 요오드 제한식’을 내놔 갑상선 암,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같은 갑상선 질환 환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최재권 정식품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만큼, 뉴 시니어층에 맞는 영양을 갖춘 기능성 두유 개발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며 “식사대용식이나 간식으로 마시던 두유에서 벗어나 두유가 들어간 빵이나 커피, 두유로 만든 요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두유를 즐길 수 있도록 두유 활용법 개발에도 연구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했다.

yeonjoo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