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韓 박사과정 학생이…별 탄생 ‘비밀’ 밝히기까지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생성된 지 수천 년에 불과한 원시별의 분출물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 그 과정이 천문학자들에 의해 고스란히 관측됐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국내 연구진이 원시별의 탄생 과정을 끝까지 추적해낸 성과다.

지구에서 약 4240광년 떨어진 우주 공간. 질량이 무거운 별들이 탄생하는 ‘W75N’이라는 지역이 있다. 그리고 지난 1996년 이곳에서 태어난 지 수천 년밖에 안 된 어린별 ‘W75N-VLA 2’가 발견됐다. 미국 국립전파천문대가 뉴멕시코 주에 전파망원경 27대를 Y자로 배치해 하나의 망원경처럼 사용하는 ‘VLA(Very Large Array)’ 장치가 W75N 지역에서 두 번째로 이 별을 찾아냈고, 망원경의 이름을 따서 VLA 2가 됐다.

지구에서 약 4000광년 떨어진 ‘W75N’ 안에 있는 어린 별 ‘VLA 2’가 위아래 방향으로 먼지와 가스를 내뿜고 있다(파란색). (멕시코국립자치대(UNAM) 천문연구소 제공)

그런데 그동안 학계에서는 이 어린별이 분출물을 토해내는 방향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지지를 많이 받았던 가설은 등방형으로 분출물을 뿜던 어린별이 나이가 들면 위와 아래로 뿜어낸다는 것이다. 2012년 독일과 캐나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 가설을 뒷받침했지만, 실제 별에서 이 현상을 관측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김정숙 일본국립천문대 박사와 김순욱 한국천문연구원 및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교수는 미국과 일본의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를 이용한 8년 간의 물 메이저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W75N안에 있는 하나의 원시별에서 분출물이 방사형에서 쌍극자 형태로 바뀌는 장면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이같은 연구 내용은 지난 2013년 미국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하지만 논문 게재 과정은 험난했다. 논문 심사위원들은 관측 자료를 분석해 다시 제출하라고 수차례 요구했고 이 때문에 논문 게재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 논문 1저자인 김정숙 연구원은 “관측 분야에서 논문 실적이 전혀 없던 박사과정 학생이 세계 천문학계를 깜짝 놀라게 할 연구 결과를 발표하다 보니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있었던 것 같다”며 이날을 회상했다.

이번에 다시 한국 천문학 연구 수준을 사이언스에 알릴 수 있었던 건 2012년 세계적인 천문학자 호세마리아 토레예스 스페인 우주과학연구소 박사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토레예스 박사는 김순욱 연구원에게 2007년 이후 VLA 2의 분출물을 계속 추적하자고 제안했고, 세계 최고의 천문학자들로 구성된 ‘드림팀’을 꾸렸다. 7개국 12명이 드림팀에 합류했다.

그 결과 김순욱 교수와 김정숙 박사를 포함한 국제공동(멕시코-유럽-한국) 드림팀은 W75N 지역에 있는 원시별의 분출물 형태가 물 메이저뿐만 아니라 연속선 관측에서도 지난 15년 동안 방사형에서 쌍극자형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미국 전파간섭계를 이용한 세 파장(15, 23, 44 기가 헤르츠(GHz))의 연속선 및 물 메이저 관측을 통해서였다.

김순욱 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2013년 논문을 더욱 자세히 재증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면서 “앞으로 학계에서는 이론적으로 어린별이 왜 분출물의 방향을 바꾸는지 알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ds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