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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계 자본이 제주도 카지노에 투자한다는데 ‘글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제주도 카지노 업계에 해외 투자가 잇따라 유치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카지노 면허권이 수천억원에 매매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니고, 필리핀 억만장자가 제주도 카지노를 매입했다는 해외 보도가 나오지만 국내에선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홍콩 부동산개발업체 란딩그룹이 지난해 4월 제주도 하야트호텔의 카지노 ‘벨루가 오션’을 1200억원(8억7591홍콩달러)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은 주식 14억5985만여주를 주당 60센트로 평가해 지급한 것으로 현재 가치는 3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주식은 계약상 교부일로부터 6개월간 주식매매거래 금지기간 조건이 적용됐다. 그런데 매매 금지기간이 지난 작년 10월 기준 주가는 주당 20센트 수준까지 폭락했다. 이때 바로 팔았다고 해도 400억원정도 가치밖에 안된다. 이 주식은 3월27일 기준 주당 14센트까지 내려앉았다. 만약 아직까지 정리를 하지 못했다면 카지노 매입가가 300억원도 안되는 셈이다.

란딩그룹은 올 1월 제주도 하야트호텔의 카지노 ‘벨루가 오션’을 ‘겐팅 제주’라는 명칭으로 변경해 재개장했다. [출처:유니언 게이밍 리서치 마카오]

이 카지노는 올 1월 ‘겐팅 제주’라는 명칭으로 변경해 재개장했다. 영업장 규모는 종전 ‘벨루가 오션’과 같은 803㎡로 제주도 8개 다른 카지노와 비교해 가장 작다. 카지노 게임 테이블도 제주지역 카지노의 평균(38개)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규모 홍콩 자본이 투자한 것치고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란딩그룹 외에 제주도 카지노에 투자했다고 전해지는 필리핀 블룸베리리조트의 제주도 ‘더호텔&베가스카지노’ 사례는 아직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

지난 17일 필리핀 현지 매체들이 블룸베리리조트가 제주도 카지노에 투자했다고 보도하면서 국내에 투자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제주도에 따르면 아직 공식적인 움직임은 없다.

제주도 관계자는 “블룸베리리조트가 더호텔&베가스카지노의 지분을 일부 인수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며 “만약 실제로 인수해 주인이 바뀌었다면 신고해야 하는데 아직 소문으로만 듣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보도된 원희룡 제주지사와 엔리케 라존 블룸베리리조트 회장과 만나 악수하는 사진도 블룸베리리조트의 국내 카지노 인수설과는 무관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원지사가)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눈 것일 뿐인데 필리핀 언론이 왜 그런 식으로 보도했는지 모르겠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제주도 카지노들이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직 확정되지 않은 투자 계획을 부풀리면서 이런 보도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카지노 연구기관인 ‘유니언 게이밍 마카오’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에 있는 8개 카지노는 곧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운영되는 카지노는 국제 기준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 평균 38개 게임 테이블과 34개의 슬롯머신을 갖추고 있으며 2013년 기준 평균 수익이 2600만달러도 안된다. 연평균 방문객은 4만34722명으로 하루 119명 수준에 불과하다.

이들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가장 큰 위협은 국제적 수준의 대형 카지노 오픈이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신화역사공원 내 ‘리조트월드제주’의 1만683㎡ 규모의 카지노와 노형동에 짓는 제주 최고층 ‘드림타워’의 9201㎡ 카지노가 추진 중이다. ‘리조트월드제주’는 란딩그룹이 1조9000억원을 투자해 지난달 착공했고, 드림타워는 녹지그룹이 1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곳으로 26일 설계변경안이 통과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이 사업을 본격화하면 중소 카지노는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유니언 게이밍 마카오’ 보고서는 “제주에서 신규 카지노 면허가 허가될 전망이지만 전체 면허 수는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도지사가 예전보다 훨씬 엄격한 카지노 규제를 도입하기를 희망해 일부 폐쇄될 가능성이 있고,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저급 카지노들은 세계적 규모 카지노가 오픈할 경우 고객들로부터 외면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들 소형 카지노 중 일부는 불법적인 영업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고서는 “제주도의 소규모 카지노들이 정직하지 않은 운영으로 중국인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며 “중국정부가 직접 문제제기를 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제주도 카지노 고객의 88%는 중국인인 상황에서 이들로부터 외면 받으면 사실상 사업이 불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따라서 향후 카지노 면허권 거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이들 소규모 카지노 업체들이 매각작업을 서두르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규모 카지노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소형 카지노의 면허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실제로 란딩그룹이 ‘벨루가 오션’의 카지노 면허권을 대량의 주식으로 인수한 이유는 단순히 소규모 ‘겐팅 제주’를 재개장하기 위해서는 아닐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보다는 이들이 이미 투자하기로 한 ‘제주신화역사공원’의 카지노 영업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카지노 면허권을 ‘양도’, ‘이전’, ‘확장’하는 것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향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관계자는 “정부가 사업자 조건, 투자규모 등 여러 기준을 적용해 발급한 카지노 면허를 자기들끼리 수백억원대 돈을 주고 거래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이 많았다”며 “현재 이를 규제하기 위한 조례안을 만들어 의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규제안이 만들어질 경우 제주도 카지노 면허권 거래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 기회에 불법적인 카지노 영업을 철저히 규제하고, 국제수준에 맞는 카지노를 운영토록 해 투명하게 관리하고 세금을 철저히 걷는 등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게 합리적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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