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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내일은 슈퍼리치!⑧ 수집광 소년이 만든 SNS ‘핀터레스트’… 창업자 벤 실버맨
-어린 시절 수집광, 의사 꿈 버리고 창업
-곤충채집하듯 핀으로 이미지 수집하는 앱 개발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한때 너도나도 취미란에 ‘곤충채집’이나 ‘우표수집’이라고 써넣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엔 피규어나 운동화 수집을 취미로 즐기는 이들이 많다. 부자들이라면 미술품과 자동차 수집으로 자신의 경제력을 드러내곤 한다. 물건만 바뀔 뿐 인간의 수집광 기질은 시대가 바뀌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본성이다.

이 ‘수집’이라는 아이디어로 억만장자의 꿈을 키워가는 젊은 기업가가 있다. 바로 요즘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SNS인 ‘핀터레스트(Pinterest)’의 공동 창업자 벤 실버맨(Ben Silbermannㆍ33)이다.

▶설립 5년만에 기업가치 12조원 수직상승=벤 실버맨은 ‘누구나 흥미를 갖고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다소 식상하게 느껴지는 답변이지만 실제로 요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자들은 그가 만든 핀터레스트에 강한 흥미를 보이고 있다. 

벤 실버맨 핀터레스트 창업자 겸 CEO(사진=벤 실버맨 페이스북)

핀터레스트는 최근 3억67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3월 현재 기업가치가 110억 달러(약 12조3900억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50억 달러였던 기업가치를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아직 상장하지 않은 기업들 중에선 그 몸값이 샤오미, 우버, 스냅챗, 스페이스X 등에 이어 6위에 해당한다.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핀터레스트는 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가입자가 485만명에 그쳤지만 올 1월 7880만명을 넘어섰다. 기업가치나 가입자 수가 모두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1세대 SNS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곤충채집하듯 핀으로 이미지 수집=글이 주가 되는 기존 SNS와 달리 핀터레스트는 이미지 중심이다. ‘핀(pin)’과 ‘인터레스트(interestㆍ관심)’가 결합된 회사명처럼 관심 분야의 이미지를 마치 곤충채집하는 것처럼 핀으로 찍어 자기 계정으로 끌어오거나 본인이 직접 이미지를 올릴 수 있다. 마치 현실에서 코르크 게시판에 중요한 메모나 사진을 핀으로 꽂아놓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핀터레스트의 또다른 강점은 온라인상의 방대한 이미지들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그 중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그림을 찾아주는 큐레이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핀터레스트가 보유한 300억 장의 이미지는 육아, 패션, 여행, 역사 등의 카테고리로 나눠져 있다. 

핀터레스트 로고

예를 들어 홈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용자라면 ‘집안 꾸미기’ 카테고리에서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사진을 골라 저장하고 나중에 이를 업체에 보여줘 수리를 주문할 수 있다. 혹은 인포그래픽에 흥미를 가진 이라면 핀터레스트에서 자신이 구상한 콘셉트에 가장 가까운 인포그래픽 이미지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이미지는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의 친구들과도 공유할 수 있다.

▶유년기 수집광 기질이 창업 바탕=벤 실버맨의 부모와 형제들은 모두 의사다. 실버맨 역시 ‘가문의 전통’을 따라 의사가 되기 위해 예일대 의대에 진학했었다. 하지만 그는 가족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택했다.

대학 졸업 후 워싱턴 D.C.에서 잠시 컨설턴트 생활을 했던 실버맨은 당시 ‘뭔가 잘못된 곳에 와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마침 IT 전문 웹사이트 ‘테크 크런치’의 기사들을 챙겨봤던 그는 실리콘 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가 구글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2년간 구글의 온라인 광고팀에서 일하던 실버맨은 다시 회사를 나와 대학 친구들과 아이폰 앱 제작에 나섰다. 초기에 제작한 앱은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어릴 적 곤충채집과 우표수집을 즐겼던 그의 취미가 핀터레스트 창업의 중요 기반이 됐다.(사진=벤 실버맨 페이스북)

실패를 딛고 실버맨은 27세 때인 2009년 12월, 어릴 적 즐겨했던 수집에서 영감을 얻어 핀터레스트를 창업했다. 말 그대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지독한 수집광이었다. 곤충부터 우표, 낙엽 등이 그의 주요 수집 대상이었다. ‘수집이야말로 그 사람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얘기해준다’고 말하는 수집 예찬론자다.

핀터레스트를 창업한 당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이미 인기 SNS로 자리잡았을 때다. 하지만 실버맨은 “당시 SNS를 봤을 때 정작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스스로 생산하는 콘텐츠에 의존한다. 실버맨은 이에 대해 “모든 사람이 트위터에서 재치있게 말할 만큼 얘깃거리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페이스북에서 공유할 만한 재밌는 뉴스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며 “그러나 다들 무언가 수집하고자 하는 것들은 있다”고 생각했다.

핀터레스트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나만의 이미지 스크랩북을 만들 수 있다.

핀터레스트를 구상한 것도 바로 이 점에 착안한 것이었다. 투자자들은 처음엔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트렌드에서 벗어난 핀터레스트에 대해 별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지 중심의 핀터레스트가 디자인이나 예술 분야 종사자, 유행에 민감한 여성들로부터 인기를 얻으면서 점차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새 수익모델 장착하고 트위터 넘봐=실버맨이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도전할 때쯤 가장 동경했던 것이 바로 트위터다. 이제 트위터는 동경의 대상에서 그의 라이벌이 됐다.

실버맨은 트위터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이미 확실히 자리잡은 SNS들과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예고했다. 우선 맞춤형 광고와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수익모델로 핀터레스트의 몸값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지난 해 1월 도입한 ‘프로모티드 핀(Promoted Pin)’은 이미지 하단의 광고 링크를 통해 사용자가 관심사로 등록한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조만간 구매버튼을 적용해 사용자들이 핀터레스트에서 직접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핀터레스트의 주 사용자가 여성이란 점에서 다른 SNS와 달리 쇼핑 사업의 성공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벤 실버맨은 핀터레스트를 창업 5년만에 기업가치 12조원, 직원 500명의 기업으로 키워냈다.(사진=벤 실버맨 페이스북)

실버맨은 “핀터레스트 사용자들의 핀꽂기 행위(이미지 스크랩)가 곧 그들의 관심사를 말해주기 때문에 광고주들에겐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기 더 좋은 매력적인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수익모델 덕분에 투자 유치를 할 때마다 핀터레스트의 기업가치는 몇 배씩 뛰어오르고 있다. 덩달아 창업자 벤 실버맨이 슈퍼리치에 등극할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

▶ 핀터레스트 창업자 벤 실버맨이 걸어온 길
1982년 미국 아이오와주 출생 → 2003년 12월 CEB 컨설턴트사 근무 → 2006년 12월 구글 온라인 광고팀 근무 → 2009년 핀터레스트 창업 → 2014년 포천 ‘40세 이하 리더 40인’에 선정

▶ 주요 수치
기업 가치 12조원(3월 기준)
가입자 수 7880만명(1월 기준)
보유 사진 300억장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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