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금호산업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금호고속 인수에 제동을 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동안 채권단은 박삼구 회장에 금호산업 경영권을 거의 다 맡기다시피 했다. 이번에는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한 다른 입찰자들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아시아나항공이라는 대물(大物)이 걸린 금호산업 인수전이 벌써부터 신경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18일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회의를 열고 금호산업이 금호고속 인수를 위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한 데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채권단은 “매각이 진행 중인 금호산업에서 인수대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9일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사모펀드에 금호고속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제안가격은 4100억 원 수준이며 금호산업이 이 가운데 약 1000억 원 정도를 분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산업 최대주주는 56% 지분을 가진 채권단이지만 경영권은 박삼구 회장이 사실상 위임받아 행사하고 있다. 주요한 의사결정도 박 회장 주도로 이뤄졌고, 채권단도 이를 용인했다. 그런데 보기 드물게 채권단이 경영현안에 제 목소리를 냈다.

명분은 있다. 금호산업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 중이다. 주요 투자결정은 채권단 운영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박 회장이 이 과정을 밟지 않았다면 충분히 문제를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채권단이 금호산업의 참여에 제동을 건 것일 뿐 박 회장에게 금호고속 인수 포기를 종용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박 회장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미 여러 차례 금호고속 인수의지를 밝혀왔지만, 채권단은 이를 반대한 적은 없다.

현재 금호산업 인수전에는 호반건설과 4개 사모펀드(PEF)가 입찰적격자로 지정됐고, 박 회장은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을 제외한 5곳은 금호산업에 딸린 아시아나항공이 최종목표일 뿐, 금호고속 인수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지난 연말기준 금호산업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750여억 원 수준이다. 금호산업이 당장 금호고속 인수전에 이를 투입한다면 기업가치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입찰적격자 5곳으로서는 ‘혹’을 다는 꼴이 될 수 있고, 채권단으로서도 매각자산 가치 변화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의 이번 조치는 금호산업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 입찰참여자들의 불만과 매각가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사전조치로 보인다”면서 “금호고속 우선매수권자인 금호산업의 주인이 결정나는 게 순서상 먼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호산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는 빠르면 4월 중 선정될 예정이며, 금호고속 대주주인 IBK펀드의 투자자 만기는 6월이다. 모두 빠듯하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과 IBK펀드가 이러저런 협상을 이유로 실랑이를 벌인다면, 금호고속 매각은 금호산업의 새 주인이 결정된 이후에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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