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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김영화]건설사만 위한 아파트 선분양 이대로 괜찮나
수억원 하는 제품을 직접 보지도 않고 사야 한다면? 아마 대부분 고개를 저을 거다. 하지만 비상식이 통하는 세계가 바로 대한민국 아파트 분양시장이다.

견본만 달랑 보고 수억원짜리 집을 사는 건 도박이나 다름없다. 분양시장에 전매 차익을 노린 ‘떴다방’ 등이 판을 치면서 정작 실수요자들은 높은 벽 앞에 한숨 짓는다. 더구나 지난달말 청약제도 개편으로 청약통장 1순위자가 늘고, 기준금리 마저 1%대로 낮아져 청약 열기는 더 달아오를 거란다.

다음달부터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재개발ㆍ재건축 등 민간택지 민영아파트 가격은 더 오를 터라 이래저래 내집마련이 여의치 않다.

설령 운좋게 당첨돼 비싼 분양가를 무릅쓰고 분양을 받았다고 치자. 그런데 만약 입주할 때 집값이 분양가 밑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자괴감 마저 들 것이다. 이쯤되면 현 아파트 청약제는 누구를 위한 건지 의문이 든다.

사실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분양하는 ‘선(先)분양 후(後)시공’(이하 선분양)은 과거 집이 모자라던 때나 맞는 제도다. 아파트를 지어 분양을 하는 ‘선시공 후분양’(이하 후분양)을 하려면 건설사는 신용도에 따라 자금 마련을 해야해 대량 주택공급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아파트가 충분히 공급된 지금 상황에선 후분양을 활성화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더 넓혀줄 필요가 있다. 특히 날로 심각해지는 전세난 속에 보통 자금이 집에 묶인 실수요자들에겐 계약 후 수개월내 입주하는 후분양 아파트가 자금 조달 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요즘 저금리를 업고 분양가 중도금무이자 혜택이 늘지만, 이는 건설사의 자금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더구나 중소업체 뿐 아니라 일부 대형 건설사 아파트도 분양 당시 견본주택과 너무도 다른 아파트 품질에 원성이 자자하다. 대기업 간판을 보고 분양받았는데 하자 투성이 아파트에 들어가야 한다면 믿는 도끼에 발등찍히는 격이다. 만약 지어진 집을 보고 구입 여부를 정한다면 입주민과 건설사간 시공 하자 분쟁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올해 후분양 예정 아파트는 한 곳도 없다. 민간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엄청난 이익을 챙길 수 있어 ‘땅짚고 헤엄치기’나 다름없는 선분양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후분양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란 소리도 들린다. 건설업계의 자금난과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당장 확대 시행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후분양을 하면 건설사 금융비용이 원가에 반영돼 분양가가 오를 거란 반대 논리도 편다. 반면 건설사들이 미래 상품 가치를 부풀릴 소지가 줄어 오히려 가격 거품이 빠질 거라고 후분양 지지자들은 말한다.

정책 당국은 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현 선분양제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 서울시는 주택시장 안정과 시민들을 위해 SH공사를 통해 공정률 60% 이상에서 아파트를 후분양하고 있다. 정부도 다양한 추가 지원책을 통해 후분양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다. betty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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