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장 임기 강제연장…대우조선서 펼쳐지는 산은의 ‘꼼수’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수장 공백사태를 막기 위해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로서 새로운 대표이사 후보를 제 때 내지 못하면서, 자칫 소액주주들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는 무리한 법률 조항까지 적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헤럴드경제 취재결과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9일로 임기가 끝나는 고재호 현 대표이사 사장을 후임 대표이사 사장이 선임될 때까지 유임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고 대표는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법적으로 29일이면 고 대표는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16일 고 대표가 이번 정기주총이 아닌 다음 임시주총 때까지 등기임원과 대표이사 사장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법적 근거는 상법 386조 3항이다. 법률 또는 정관에 정한 이사의 원수를 결한 경우 임기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해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가 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상법상 이사수는 최소 3명 이상이다. 대우조선해양 정관상 이사수는 9명 이하다. 29일 주총이 이뤄지면 대우조선해양의 이사진은 산은 부행장 출신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6명이 된다. 상법상 최소인원 이상이며, 정관상 인원을 초과하지도 않는다. 새로 선임되는 사내이사가 대표이사 및 사장 직무대행을 맡는 방법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굳이 상법 386조까지 적용할 사유가 없다. 산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고 대표는 정기주총이라는 주식회사의 최고기관에서 승인도 받지 못한 채 최고경영자직을 유지하는 셈이다. 게다가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를 선출한 임시 주주총회는 현재로서는 일정조차 잡혀있지 않다.

불법으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산은이 경영공백을 우려하는 주주들과 선주 등을 의식해 대우조선해양에 무리하게 궁여지책을 썼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기형적 지배구조는 기형적 경영상황으로도 이어질 조짐이다. 시한부 대표이사인 고사장은 사내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비상경영조치를 단행할 예정이다. 비상경영조치에는 자회사를 포함한 정기 임원인사, 조직 개편, 사업계획 확정 등이 포함된다. 새로운 사장이 취임하면 전임자가 짜놓은 진용을 그대로 이끌거나, 모두 바꿔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

고 대표를 편법으로 유임시켰지만 경영공백과 관련된 내부의 술렁임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정기주총에서 고 대표의 연임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만큼 교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주주 산은이 정부 눈치를 살피면서 차기 사장으로 낙하산 인사를 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kong@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