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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박인호]자연의 리듬에 맞춰 사는 즐거움
이젠 강원도 산골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전원은 생동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겨우내 말라버린 초목에는 다시 물이 오르고 새싹이 돋아난다. 나흘 후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도 같아지는 춘분(21일)인데, 이를 전후해 본격적인 한해 농사가 시작된다.

농부들은 연신 꿈을 꾼다. 올해는 어디에 무엇을 심을까. 꿈꾸는 이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전원생활 6년차인 필자와 아내도 대강적인 올해 농사계획(밭 면적 4798㎡ㆍ1451평)을 세웠다.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 식량작물의 재배는 줄이고 대신 고추, 마늘, 콩, 들깨 등 자급품목을 더 늘리기로 했다.

특히 과일 자급에 욕심을 내본다. 지난해 오디, 포도, 블루베리, 대추, 보리수 열매를 얻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올해는 사과, 배, 복숭아를 새로 심어보려 한다. 과일나무는 심은 지 몇 년은 지나야 제대로 된 열매를 안겨주니 그만큼 농부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필요하다.

필자의 농사 목표는 건강한 친환경 먹거리 생산이다. 비록 유기농법과 자연농법을 오가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건강’과 ‘친환경’ 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귀농하는 이든, 귀촌하는 이든 자급 먹거리는 꼭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재배해볼 것을 권한다.

농사를 지어보면 실패에서 얻는 교훈도 값지다. 필자는 지난해 이런저런 바쁜 일을 핑계대고 물주기와 풀 작업 등 기본적으로 해줘야 할 농부의 의무를 다소 게을리 했다. 작물이 아닌 나에게 농사를 맞추다보니 작물의 성장 시기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지 못한 것이다. 올해는 좀 더 부지런해져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농촌에서는 춘분을 전후해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등 본격적인 한해 농사에 들어간다. 이 때 밭에는 감자를 가장 먼저 심는다. 하지만 춘분이라고 해도 꽃샘추위와 강풍 등 변덕스런 날씨가 잦기 때문에 각종 모종을 키우는 비닐하우스 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한다.

이른 봄의 자연은 우리에게 건강 선물을 하나 둘 안겨주니 고맙다. 그중 하나는 혹한의 겨울을 이겨낸 영영만점의 향긋한 냉이다. 이웃집 어르신은 “예부터 겨울을 난 냉이를 세 번만 먹으면 보약 먹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말해주신다.

약간 달짝지근한 고로쇠 수액을 비롯해 다래ㆍ자작나무 수액도 이른 봄 산골에서 맛볼 수 있는 자연의 맛이다. 건강에 좋은 상지차(뽕나무가지 차)와 생강나무차도 빼놓을 수 없다. 상지차 재료는 2~3월 싹이 트기 전에 잔가지를 잘라 만든다.

산과 들에는 이외에도 각종 건강 먹거리가 넘쳐난다. 이름 모를 풀들이 경쟁하듯 돋아나고 쑥 달래 원추리 돌나물 미나리 등 들나물 뜯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것 또한 자연이 지어주는 농사다.

이른 봄의 전원은 이처럼 자연과 하나돼 그 리듬에 맞춰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농사요, 곧 전원생활임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봄기운이 완연한 이때는 전원에서의 인생 2막을 꿈꾸는 수많은 도시민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귀농ㆍ귀촌의 길을 모색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들 가운데 가급적 많은 이들이 실제 자연의 품에 안겨 그 리듬에 귀 기울이며 사는 즐거움을 맛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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