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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낭인ㆍ고시낭인ㆍ임고낭인…‘엘리트 낭인(浪人)’ 시대
[헤럴드경제=서경원ㆍ문재연 기자]주한미국 대사에 대한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검거된 김기종(55ㆍ사진)씨는 석사 출신에 대학에서도 10년간 외래교수로 활동한 엘리트다.

그의 반미성향도 범행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무엇보다 이런 고학력자가 우리사회에서 낭인(浪人)으로 살다 중대 범죄의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른바 ‘엘리트 낭인’이 속출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결함과 함께 그들이 반사회적 행동의 새로운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월 발생된 서초 세모녀 사건의 범인 강모(47)씨도 명문 사립대를 나와 외국계 기업에서 근무하고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까지 가진 전형적인 엘리트 중산층이었다.

마크 리퍼트 미국대사를 습격한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씨(55)가 지난 6일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종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하지만 조금 일찍 찾아온 실직과 투자실패란 고비를 넘지 못하고 아내와 두 딸을 목 졸라 죽이는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엘리트 낭인들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학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사회에서 주변인으로 오래 지내면서 자라난 반감 때문에 극단적 행동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란 지적이다.

일본 명문대 출신인 김모(27) 씨. 한국에 돌아와 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싶어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지만 벌써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김씨는 “자연스레 친구들과의 연락을 끊게 됐다”며 “요즘엔 유학파가 걸림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는 최모(30) 씨는 서울 유명 사립대를 졸업했지만 거듭되는 낙방에 4년째 좌절감 속에서 지내고 있다.

최씨는 “남들한테 계속 지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에 대해 반감이 생기고 지쳐가는 것 같다”고 했다.

어느새 우리 사회엔 각종 낭인들이 난무하고 있다.

취업낭인, 고시낭인, 임고낭인 등인데 ‘학력 인플레’ 속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인력구조와 직업에 대한 부(富) 편향적 인식 등이 원인이 되고 있단 분석이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는 “1970년대 고학력자들은 사회발전에 주춧돌이었으나 이젠 인력 미스매치로 기업의 고양시장에 인력을 끼워 맞춰야 하는 취업 시대를 살고 있다”며 “그렇다보니 고학력자들은 스펙 쌓기만 반복하는데 기업은 건포도 빼먹듯 인력을 사용하고 있으니 고학력자들의 자존감만 무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는 “국가에서 경제적인 부분 외에 사회적으로 보람이 높거나 명예가 있는 직업을 양성해줘야 한다”며 “가령 시민단체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매우 큼에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인식 때문에 (고학력자들이) 지원을 많이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25~34세)들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2012년 현재 65.7%로 OECD 평균(39.7%)를 훨씬 웃돌고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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