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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이노믹스, 기업에 안 먹혔다…신용등급 도미노, 사상최악 수준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정부와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과 저금리 기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우량 기업만 혜택을 봤을 뿐, 비우량 기업들은 되레 돈 쓰기가 더 어려워졌다. 근혜노믹스의 ‘시즌 2 격’인 초이노믹스(choimonics)가 가계와 내수는 물론 기업들에도 전혀 먹혀들지 않는 모습이다.

16일 한국신용평가 자료를 보면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 373곳 가운데 작년에 등급이 변동된 업체는 전체의 15%인 56곳이다. 하락한 기업은 41곳(부도 1곳 포함)에 달했지만, 올라간 기업은 15곳에 그쳤다. 이같은 등급 하락과 상승 건수는 1999년 이래 15년 만에 각각 최고, 최저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지금 보다는 나았던 셈이다.

주목할 점은 투자부적격 기업들이 아니라 투자등급 기업들의 부침이 심했다는 데 있다. 지난 한 해 투자등급 기업 가운데 등급이 떨어진 기업은 34개로 전년(24개)보다 10건 늘었다. 반대로 등급이 오른 기업수는 15개로 2013년(25건)보다 10건 줄었다. 투기등급에서는 등급 상향은 단 한 건도 없었지만 하향 조정은 7건이나 됐다. 개인으로 따지면 중산층이 붕괴되는 것에 비유할 만하다.


등급 상승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이 6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와 금융업이 각각 5건, 4건이었다. 하락 역시 제조(20건), 서비스(15건), 금융(6건) 순으로 많았다.

정부는 돈을 풀었지만, 정작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 붙으면서 투자등급 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극심했다.

특히 투자등급의 마지노선인 BBB등급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3%로 역대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작년 투기등급(BB+ 이하)에서 BBB등급으로 올라간 기업은 하나도 없었지만 BBB등급 내 6개 업체가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한은의 금리인하로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금리는 동반 하락했지만, 투자부적격등급 회사채 금리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나마 고금리로도 회사채 발행은 어려운 실정이다. 돈을 풀어도 도움이 절실한 곳까지 혜택이 미치지 못한 셈이다.

그나마 취약업종인 건설·해운·조선업종의 등급 하향 추세가 다소 누그러들었다. 지난해 3개 업종의 등급 하향 건수는 11건으로 2012년(17건)과 2013년(16건)보다 줄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전체 등급 하향 가운데 이들 취약업종이 차지한 비중은 매년 40%를 넘었고, 특히 2012년에는 72.7%까지 치솟았다. 다만 최근 3개 업종의 등급 하락세가 주춤하지만 하향 건수(11건)가 2010년(7개)과 2011년(8개)을 웃도는 수준이라 경기부진의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어렵다

양진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지난해 말 기준 취약업종 가운데 6개 업체가 부정적 전망을 받았거나 하향검토 목록에 등록돼 추가 등급 하향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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