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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슈ㆍ친ㆍ소! 슈퍼리치의 절친을 소개합니다

국적·인종 뛰어넘는 세계시민 ‘코스모폴리탄’
‘절친’과 만남 위해 대서양~태평양 종단
빌게이츠 만난 아가왈회장 재산 75% 사회환원
사적교류서 사업확장·공익증대 사회기여도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성연진ㆍ김현일 기자]

#1. 2004년 가을. 몸매 보정속옷 브랜드 스팽스를 창업한 사라 블레이클리(Sara Blakelyㆍ44) 대표는 미국 방송사 폭스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괴짜 억만장자(The Rebel Billionaire)’에 출연하면서 인생의 멘토를 만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ㆍ65) 버진그룹 회장이 기상천외한 미션을 제시하면 16명의 참가자가 겨뤄 한 명씩 탈락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3000m 상공에서 열기구 사이에 걸쳐진 널판지 위 건너가기, 움직이는 열기구 풍선 위에 앉아 브랜슨과 차 마시기, 정글에서 잠 안자고 버티기 등이 주요 미션이었다. 최후의 1인에겐 상금과 함께 버진그룹 계열사 사장직이 주어졌다. 블레이클리는 준우승했지만 그녀의 모험심과 도전정신을 인정한 브랜슨이 사비를 털어 75만 달러를 건넸다. 브랜슨은 지금까지 블레이클리에게 회사 경영과 자선사업에 관해 조언해주고 있다.

 

#2. 2010년 가을. 멕시코시티의 한 교회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Carlos Slimㆍ75) 텔맥스 회장의 큰아들이 결혼하는 날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경사를 축하하기 위해 찾아온 2500여명의 하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멕시코 정관계 인사들은 물론 해외 유명인사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중 카를로스 슬림 회장과 세계 부호순위 1, 2위를 다투는 빌 게이츠(Bill Gatesㆍ60)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미국에서 건너와 눈길을 끌었다. 2010년은 카를로스 슬림이 빌 게이츠를 제치고 1위에 올랐던 해이기도 하다. 카를로스 슬림은 2013년까지 최고 부호의 자리를 지키다 작년부터 다시 빌 게이츠에게 자리를 내줬다. 자산순위를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는 사이지만 빌 게이츠가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두 사람은 ‘의외의 친분’을 과시했다.

슈퍼리치들의 인맥이 국경을 넘어 해외로 뻗고 있다. SNS에서 몇 마디 주고받는 차원이 아니다. 각국 부호들은 바쁜 와중에도 ‘절친’을 만나기 위해 해외를 쉼없이 오가고 있다. 이들 앞에서 국적과 국경은 더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출신지, 인종 가릴 것 없이 전 세계는 이미 억만장자들의 ‘고급 사교장’이 됐다.

미국 플로리다 출신인 사라 블레이클리(자산 10억 달러ㆍ2015년 기준)는 스팽스를 창업하기 전부터 자선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오래 전부터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48억 달러)에게 비영리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대해 묻곤 했었다. TV 프로그램 출연 제의가 왔을 때 그녀의 변호사는 만류했지만 출연을 강행했다. 이를 통해 스팽스 경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브랜슨의 재단 설립 경험을 들을 수 있었다. 이러한 블레이클리에게 브랜슨은 최종 우승이라는 왕관 대신 개인 돈을 건넸다. 이 돈으로 그녀는 2006년 전 세계 여성을 돕는 ‘사라 블레이클리 재단’을 설립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미혼모 가정과 실업 여성, 아프리카 여성을 도우며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브랜슨은 미국의 래리 페이지(Larry Pageㆍ297억 달러) 구글 공동 창업자와도 가까운 사이다. 2007년 래리 페이지의 결혼식을 위해 자신이 소유한 영국령 버진 군도의 카리브해 휴양지 넥커(Necker) 섬을 통째로 내줬을 정도다. 극비리에 진행된 이 결혼식엔 브랜슨 회장이 참석해 직접 축하인사를 건넸다. 페이지 부부는 이듬해 또다시 이 섬을 찾아 브랜슨 회장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슈퍼리치들 간의 사적 교류는 친목 도모의 수준을 넘어 사업 협력에도 밑거름이 된다.

빌 게이츠(792억 달러)와 카를로스 슬림(771억 달러)은 공익 사업에 함께 나서고 있다. 두 사람은 전 세계적인 식량 안보와 빈곤 퇴치를 위해 옥수수와 밀의 생산 향상을 모색하는 품종개량 연구사업에 거액을 지원해 왔다.

빌 게이츠는 인도의 광산기업인 베단타그룹 창업자 아닐 아가왈(Anil Agarwalㆍ18억 달러) 회장 부부에게 기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미국 시애틀에 방문한 아가왈 부부는 게이츠 부부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평소 생각해온 기부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얼마 뒤 아가왈 회장은 재산의 75%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처럼 국제 사교무대에서 펼쳐지는 상위 0.01%들의 교류는 인맥을 넓혀줄 뿐만 아니라 공익 증대라는 사회적 효과도 가져다주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외국 유학경험이 있는 젊은 경영인들이 국제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해외 경영인들과 친분을 다지며 인맥을 넓혀가고 있다. 해외 경험이 없더라도 친분 있는 해외파 인재를 회사에 영입하거나 해외 투자를 유치해 사업의 글로벌화를 도모하기도 한다. 아예 사업 무대를 해외로 옮겨 제 2의 인생을 개척하는 이들도 있다. 태어난 곳과 사업하는 곳이 일치하지 않는 ‘다국적 슈퍼리치’들은 타국에서 이민자의 신분으로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슈퍼리치들의 국적과 소속을 하나로 규정 짓는 것은 쉽지 않다. 국경을 넘나드는 각국 부호들 간의 교류와 사업협력이 활발해지면서 관계는 다양해지고 복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들에게 국경의 문턱은 더욱 낮아지고 세계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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