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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脫불황! 초니치 하우징 바람]꼬리가 몸통을 흔든다…주택시장 대지각변동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1. 올해 분양시장에서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포함한 주거시설 사상 최고 경쟁률이 나왔다. 지난달 초 청약 접수한 ‘힐스테이트 광교 오피스텔’로 172실 모집에 7만2639명이나 몰렸다. 평균 422.3대1. 이 단지 최고 경쟁률은 77㎡(이하 전용면적)로 기록됐다. 30실 모집에 무려 2만4014명이 접수해 경쟁률이 800.4대1까지 치솟았다. 이 오피스텔 장영우 분양소장은 “이 지역에 공급이 많았던 중대형 아파트와 원룸형 오피스텔 사이의 초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고 했다.

#2. 반도건설이 6일 견본주택을 열어 분양을 시작하는 동탄2신도시 ‘동탄역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5.0’(545가구)과 ‘동탄역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6.0’(532가구)의 주력은 틈새면적으로 꼽히는 74㎡형과 96㎡형이다. 두 단지 합해 각각 246가구, 205가구 공급된다. 전체의 42%를 과거엔 짓지 않았던 틈새면적으로 분양하는 것. 김원 반도건설 본부장은 “저렴한 분양가와 다양한 평면이 강점인 틈새 면적의 인기가 더 높다”고 했다.

래미안용산SI. 삼성물산이 분양하고 있는 ‘래미안 용산SI’에는 42~84㎡ 크기에 17개나 되는 타입으로 지어 주택수요자가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주택 시장에서 ‘틈새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아파트에서 이른바 ‘틈새면적’으로 통하는 70~75㎡, 95~100㎡ 구간에서 분양 물량이 전체 새 아파트 공급의 20%를 넘고, 특정한 수요층만을 타깃으로 하는 주택상품 분양은 봇물을 이룬다.

이재국 서일대 건축학과 교수는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면 특정한 수요자들을 공략하는 틈새시장은 계속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집을 단순한 재테크 수단으로 보지 않고 라이프스타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주택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욕망과 필요를 충족해줄 ‘초니치’ 상품은 계속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대세가 된 ‘틈새 면적’=아파트는 일반적으로 소형 59㎡, 중형 84㎡, 중대형 101㎡, 대형 114㎡ 등의 크기로 분류해 공급된다. 85㎡를 기준으로 국민주택 규모가 결정돼 각종 세금 부담이 달라지고, 102㎡ 크기를 기준으로 청약가능 범위 등이 달리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기준이 되는 크기 바로 밑의 주택형이 가장 일반적인 공급물량 기준이 됐다.

소형과 중형 사이 70~75㎡와 중형과 대형 사이 95~100㎡ 등이 어정쩡한 크기로 그동안 별로 공급되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하지만 최근 발코니 확장과 효율적인 평면 설계가 가능해지면서 이들 틈새 크기가 주력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위례 오벨리스크. 한화건설은 원룸형 일색이던 오피스텔 시장에서 ‘투룸’, ‘쓰리룸’을 대거 공급해 인기를 끌고 있다. 위례 오벨리스크 ‘쓰리룸’의 안방 모습.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70~75㎡는 2만8322가구가 공급돼 2010년(2545가구)보다 10배 이상 늘었고, 95~100㎡ 구간에서는 1만1309가구 분양돼 2010년(1733가구)보다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공급된 새 아파트가 27만2639가구였으므로 이들 틈새 면적의 비중은 이미 20%를 육박한다. 정연식 내외주건 부사장은 “틈새면적은 기존 주력 크기보다 조금씩 작아 수요자들에게 5000만~6000만원 씩 부담을 덜도록 하면서도 발코니 확장 등으로 공간을 넓혀 기능은 떨어지지 않도록 해 인기다”고 했다.

▶수요자 욕구 더 세밀하게 반영하는 ‘초니치’=주택시장에서 틈새 열풍은 ‘틈새평면’으로 이어진다. 같은 면적이지만 수십개 다른 주택형으로 공급해 수요자를 공략한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을 세분화해 제품으로 내놓는다. 

송도 송도 캠퍼스타운 스카이. 롯데건설이 분양하고 있는 인천 ‘송도 캠퍼스타운 스카이’ 오피스텔은 연세대 송도캠퍼스 학생 수요를 위해 낮에는 넓은 책상으로 이용하다가 밤에는 침대로 활용할 수 있는 다기능 ‘스터디 베드’를 설치했다.

GS건설이 6일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을 시작하는 청라국제도시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의 84㎡형은 같은 크기인데 취향, 가족 구성원 등에 따라 A, B, C형으로 달리 선택하도록 했다. 이중 일부는 테라스가 제공되며, 복층형 설계를 적용한 것도 있다. 복층형은 아이가 뛰어놀아도 층간소음 걱정이 없다. 

삼성물산이 분양하고 있는 ‘래미안 용산SI’는 분양가가 최고 8억원대 이상의 고급 오피스텔로 짓는 만큼 높은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고소득전문직이나 외국인(주재원)을 타깃 수요로 보고 있다. 다양한 설계를 적용, 17개나 되는 타입(A~O형ㆍ전용 42~84㎡)으로 지어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군용 임대아파트 광고. 미군용 아파트 광고를 붙여 놓은 용산의 한 중개업소.

원룸형 일색이던 오피스텔에서 ‘투룸’, ‘쓰리룸’은 틈새로 통한다. 한화건설이 지난해 12월 위례신도시에서 선보인 오피스텔(321실)엔 투룸, 쓰리룸이 175실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초니치 주거 상품 봇물=특별한 수요층을 겨냥한 상품 개발도 물결을 이룬다.

지난해 말 준공한 서울 동대문구 흥인동 ‘동대문 와이즈 캐슬’이 대표적이다. 이곳엔 ‘사진 촬영 스튜디오’가 있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입주예정자가 많다는 점을 착안,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서울 중구 회현동 ‘남산 롯데캐슬 아이리스’ 주상복합 단지에는 전가구에 지하창고가 있다. 남대문 주변 상가 및 가게를 운영하는 수요층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이다. 

청라지구 자이아파트. GS건설의 청라지구 자이아파트 모형도. 1층테라스와 옥상테라스를 차별화해 고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양하고 있는 인천 ‘송도 캠퍼스타운 스카이’ 오피스텔은 주변 연세대 송도캠퍼스 학생을 주요 수요층으로 했다. 낮에는 책상으로 쓰다가 밤에는 침대로 활용할 수 있는 다기능 ‘스터디 베드’를 설치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150만명을 대상으로 한 임대사업용 틈새 주택 분양도 급증세다. 평택, 의정부 등 미군 밀집 지역, 부산 해운대, 거제시 등 외국인 근로자 집적지역, 서울 한남동 등 대사관 관계자 거주 지역 등에서 외국인용 주택 공급이 많다.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작더라도 두 개 이상 방을 갖춘 주택을 선호한다. 몸집이 큰 편이어서 욕조가 일반보다 커야 한다.

특히 미군용 아파트는 초니치 시장이다. 이수건설이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일대에 전용 84~146㎡ 944가구 규모로 짓는 ‘평택 브라운스톤 험프리스’가 대표적이다. 입지부터 설계까지 미군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철저히 반영했다.

이 아파트 분양 대행사인 미라클KJ 김기열 대표는 “미군은 빨래를 햇볕에 말리는 것에 익숙치 않아 가스로 작동하는 건조기가 있어야 하고, 방도 세 개 이상 있는 것을 선호한다”며 “미군이 원하는 방식으로 아파트를 지어 일부 대형을 제외하고 대부분 분양을 끝냈다”고 설명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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