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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전창협]송해, ‘국민을 품다’
혁명가 체 게바라 다큐를 보는 데, 아들이 거든다. 송해 선생님이 체 게바라보다 먼저 태어났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급히 찾아보니, 39살, 불꽃같은 인생을 살았던 체 게바라는 1928년생. 송해 선생님은 그보다 한 살 많은 1927년생이다. ‘프로필 나이’만으로도, 송해 선생님은 아흔이 다 됐다.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검색어에 뜬금없이 송해 선생님이 1위에 오르는 경우가 있다. ‘송해’란 검색어가 뜰 때마다 네티즌들의 댓글은 변함 없다. ’“‘심쿵(심장이 쿵쾅쿵광)’”, “검색어 1위보고 심호흡 한번 하고 누름”, “검색어 1위 뜰 때마다 후덜덜”같은 글이다. 혹시나 안 좋은 소식일까봐 하는 걱정이다. “송해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같은 질문엔 “송해라니, 선생님에게”란 준엄한 경고가 댓글로 붙는다. 어떤 글이나 기사에도 적어도 몇 개의 악플은 붙는다. 하지만 ‘송해 할아버지’는 안티가 없는 유일한 연예인이다.

IBK기업은행 50년 역사상 첫 내부 출신 수장이었던 조준희 전 행장이 재임기간 3년간의 소회를 밝힌 책에서도 제일 앞에 송해 선생님이 등장한다. 260쪽 짜리 책 30여 페이지가 송해 선생님 얘기다. 책 제목도 ‘송해를 품다’이다. 행장 취임뒤 가장 큰 숙제는 개인 예금을 끌어들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은행 이름 때문에 기업은행은 기업하고만 거래하는 줄 아는 이들이 허다했다. 조 행장은 누구나 거래할 수 있는 은행,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리고, 기업이 살아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개인예금발 선순환 구조를 고민했다.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란 카피까지 직접 마련했지만 진짜 고민은 그 다음이었다. 이 메시지를 전할 광고모델을 누구로 할 것인가였다. 이 때 조 전행장이 떠올린 인물이 최불암, 김혜자, 그리고 송해였다. 그들 앞엔 ‘국민’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친근하며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중 송해 선생님에 유독 끌렸다.

반대가 있었던 것은 당연한 일. 김연아, 류현진, 김수현, 하지원 등 은행들의 광고모델을 생각해보면 아흔 가까이 된 광고모델은 어색할 수 밖에 없었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딸도 “웃음 거리가 될 것”이라며 답답해 할 정도였다. 직원들 역시 모델은 물론 카피에 대해 결사반대 분위기였다. 하지만 조 행장은‘간절함’과 ‘몰입과 실행’을 앞세워 원안대로 끌고갔다.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대로 였다. ‘기업은행=송해’란 등식속에 기업은행을 보는 개인들의 시선도 확 달라진 대성공이였다.

황해도 출신으로 혈혈단신 남으로 내려와 숱한 고생끝에 지금 자리에 선 송해 선생님의 삶은 ‘국제시장’처럼 역사의 굴곡과 겹쳐있다. 아들을 교통사고 잃은, 그의 웃음뒤에 숨겨진 슬픈 개인사도 안타깝다.

지하철 역에서 송해 선생님을 만났다는 인증샷이 올라올 때마다 흐믓하다. 조준희 행장은 송해 선생님을 품었고, 송해 선생님은 국민을 품었다. 일요일 낮 TV에서 ’전국~‘으로 시작되는 그의 우렁찬 목소리를 오래 들을 수 있게 되길 기원해 본다.

jlj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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