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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김윤희]공정위의 ‘권력 남용’
공정거래위원회가 올 들어 과징금 소송에서 패소해 기업들에게 돌려줘야할 금액이 2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검찰’이라 불리는 국가기관이 무리한 조사로 과징금 부과를 남발하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환급해줬다는 얘기다.

취소된 과징금의 대부분은 SK와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에 부과한 과징금 2548억원이다. 정부는 2011년 8월 주유소 원적지 담합을 이유로 4대 정유사에 총 4300억원을 부과했다. GS칼텍스가 자진신고로 과징금을 면제받았으니, 과징금이 모두 면제되거나 취소된 셈이다.

이번 과징금은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국제유가와 휘발유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들끓는 여론의 눈치를 보던 정부는 정유사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갔다.

세무조사로 정유사들을 압박하는 한편, 공정위의 담합 조사가 진행됐다. ‘기름값 잡기’에 나선 정부 방침에 맞춰 공정위가 정유사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불공정행위를 감시하는 것은 국민이 공정위에 부여한 행정권한이자 의무다. 그러나 자의적으로 물리는 과징금은 공권력 남용이자, 기업들의 재산권 침해다. 이번 판결로 정유사들은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담합 누명으로 대외 신인도는 땅에 떨어졌다. 또한 정부와 싸우기 위해 들인 시간과 비용은 아예 돌려받을 수도 없다.

그렇지않아도 계속되는 불황으로 기업활동은 그 어느때보다 힘겨워졌다. 이런 가운데 조사와 과징금을 일삼는 정부기관의 압박은 기업들의 어깨를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정유사들과 같은 대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인력과 자금력이 풍부해 소송을 끌고나갔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과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의 위법행위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추상적인 것도 문제다. 이번처럼 정치권의 ‘코드’에 따라 얼마든지 무리한 조사와과징금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독립기관이면서도 독립성이 부족해 정부 눈치를 봐야하는 공정위의 한계도 반드시 바로잡아야할 문제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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