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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치된 빈집을 주택으로’…‘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성공할까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서울시가 내놓은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향한 시민과 전문가들의 관심이 크다. 일단 비어있는 집을 새단장해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눈길을 끈다.

지난 12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에는 프로젝트 참여를 희망하는 사회적기업가들과 집주인 등을 비롯해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는 6개월 넘게 공가(空家)로 방치된 단독ㆍ다가구ㆍ다세대주택을 리모델링한 임대주택으로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노인, 대학생들이 주변 시세의 80% 수준의 임대료로 최소 6년간 제공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민간위탁사업으로 진행된다. 사회적기업, 주택협동조합 등을 대상으로 ‘사업시행기관’을 선발한 뒤 리모델링 공사와 입주자 모집, 관리 등을 맡길 예정이다. 시는 리모델링 비용을 대출 등 ‘지원사격’만 맡았고, 입주자 모집이나 관리는 각 자치구에서 담당한다.

노원의 다세대ㆍ다가구주택 밀집 지역 모습

▶아이디어는 참신…“디테일은 아쉬워”=진희선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설명회에서 “(주거취약계층을 위해)다양한 공급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쓸 수 있는 땅이 고갈되고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프로젝트를 내놓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시민들은 이 프로젝트의 기본 개념과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설명회에서 만난 한 시민은 “뉴타운 해제지역 안에 24년된 다가구 주택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 사업에 신청할 생각”이라며 “뉴타운 출구전략으로 괜찮은 방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추진 계획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현장의 상황을 잘 아는 중개업자들과 주택 소유자들은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고 평가한다.

특히 민감한 부분은 수익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입지와 환경에 따라 월세 시세가 천차만별인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의 특성상 무작정 주변 시세의 80%를 적용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클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노후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강북구 미아동의 행운공인 전희제 대표는 “월세가 잘 안나가는 마당에 주변 시세의 80% 밑으로 내놓으면 어떤 주인이 하려고 들겠냐”며 “집주인과 사업시행자들이 얼마 되지도 않는 임대료를 어떤 방식으로 나눠서 수익을 가져가느냐를 따지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노원구 공릉동에 3층짜리 단독주택을 소유한 남모(61) 씨도 “시청에서는 6년 정도면 공사비를 뽑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 사실상 사업성을 단정할 수는 없는 조건인 것 같다”며 “낮은 임대료 수준으로 사업비를 회수하고 최소한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대주택 입주를 고려 중인 강수영(25) 씨는 “총 사업비의 70% 정도를 2%의 저리로 대출한다는 금융제도를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게 없다”며 “시, 자치구, 사업시행자, 집주인 등이 얽혀 있어서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주체도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개념도.

▶쉽지않은 빈집 찾기, “최소한의 DBㆍ컨설팅 있어야”=사업시행자로 참여하려는 시민들도 아쉬운 부분을 지적한다. 이들의 고민은 어떤 지역에서 어떻게 빈집을 발굴하느냐다.

사회적기업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임모(38) 씨는 “시에서는 구청에 빈집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요청했을 뿐 전반적으로 공가를 찾는 일련의 시스템은 정착된 상태가 아닌 것 같다”며 시가 ‘빈집 현황’을 확보하지 않은 부분을 꼬집었다. 그는 “부동산에 매물로 올라오지 않는 이상 어떤 지역에 어떤 집이 비어있는지 알기 힘들다”고 했다.

서울 내 빈집은 1만5000동 정도로 추산되지만, 시가 주된 사업 대상으로 보는 곳은 정비사업에서 해제된 지역(187곳ㆍ8000여동)이다.

일견 많아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사업 대상이 될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다. 임대주택 전문 정보업체 렌트라이프에 의뢰해 정비사업 해제구역 중 사업 가능성이 있는 곳을 추려본 결과, 187곳 중 6개 지역 정도만이 비교적 조건이 괜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현 렌트라이프 대표는 “정비구역 내에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입지나 상태가 열악한 주택이 많다”며 “경험도 적고 정보도 적은 집주인이나 사회적기업들을 위해 입지분석을 포함한 기본적인 사업 컨설팅은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빈집 자체도 문제지만 정비구역 등은 주변 환경 개선이 보다 시급한 지역이 많다”며 “근본적으로 주거환경, 기반시설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괜히 사업비만 버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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