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겨울의 전세난민…집 찾아 삼만리
1월 비수기불구 수요 사상최대
월세전환도 늘어 수급 불균형
전세매물 부족에 거래는 감소



노원구 공릉동에 사는 주부 최모(46) 씨는 최근 양천구 신정동의 한 빌라(전용 69㎡)를 전세 보증금 2억500만원에 거래했다.

인근 자립형사립고에 입학하는 딸을 위해서다. 그는 합격자 발표가 난 지난해 12월 초부터 틈날 때마다 영등포 당산동과 양평동 일대 중개업소를 돌았다. 두달 내내 전셋집 찾기에 매달렸지만 번번히 헛걸음을 했다.

전셋값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학교와 가까워 영등포를 선택했지만 아파트 전세 매물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1월부터 전세 찾기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적당한 매물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1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서도 전세 매물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잠실의 한 아파트단지

연초 전세 시장은 숨가쁘다. 으레 비수기로 통하는 1월에도 숨 고를 틈이 없다. 손님들은 전셋집만 보겠다고 아우성, 중개사들은 보여줄 게 없다고 아우성이다. 전셋집을 구하는데 2~3달씩 걸리기 일쑤다. 전세는 씨가 마르고, 월세 물건만 잔뜩이니 울며 겨자먹기로 월세에 들어가기도 한다.

1월의 이례적인 전세난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이달 초 나온 KB국민은행의 월간자료를 보면, 올 1월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9.1로 나타났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이는 해당 지수가 처음 집계된 2000년 이후 1월에 기록된 가장 높은 수준이다.

KB국민은행 가치평가부 관계자는 “전셋집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시장의 수급불균형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했다.


서울에서도 지역별로 보면 강남의 전세수급지수는 190.4, 강북은 187.7이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서는 물론이고, 전체 1월 기록으로 따져도 최고 수준이다.

특히 강남의 올 1월 지수는 전세난이 격화됐던 지난 2013년 8~10월 성수기 수치와 필적하는 수준이다. 수요가 그만큼 공급을 압도하는 것이다.

잠실 학사공인 심용진 대표는 “지금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완전히 깨진 상황이라 전세시장이 좀처럼 안정되질 않는 것”이라고 했다.

강남에서 이처럼 전세 수급불균형이 유별난 것은, 재건축 단지에서 대규모 이주수요가 발생한 탓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연말부터 예고됐던 ‘강남발(發) 전세대란’의 눈앞에 나타난 셈이다.

서울시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까지 이른바 ‘강남 4구’에서만의 이주수요는 2만4000여가구 정도다. 이 가운데 이주비를 받지 않고 떠나야 하는 순수 세입자들만 따져도 2만여 가구로 추산된다.

비슷한 시기에 이주를 시작하는 단지가 많은 강동구는 대표적으로 상황이 심각한 곳. 이 지역 하나로공인 관계자는 “1억원 언저리인 고덕주공2·4단지 전세 보증금으로는, 결국 수요가 고스란히 고덕주공5ㆍ6단지 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고덕주공2단지만 2600가구인데 주변의 저렴한 아파트에서 나오는 전세 물건이라고 해봐야 100건도 채 안된다”고 했다.

수요는 넘치지만 정작 거래는 활발하진 않다. 거래가 활발한 정도를 나타내는 전세거래지수는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기록된 서울의 거래지수는 33.8로, 2011년 이후의 1월 통계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강남(34.4)과 강북(33.2)도 마찬가지다.

노원구 월계동의 이삭공인 사장은 “사무실 유리창에 보통 최신 매물 10개 정도를 붙이는데 그 중 1개만 전세 매물이다”며 “요새는 전세를 월세로 바꾸겠다는 집주인들을 설득하는 게 주 임무같다”고 했다.

강북구 미아동 월드공인 관계자는 “전셋집을 찾다 지쳐서 월세를 생각하는 손님들이 열에 여덟은 된다. 이 분들은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월세 보증금을 최대한 높이고 실제 다달이 납부하는 금액을 줄여서 부담을 줄이려고 든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whywh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