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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위기의 은행’, 官治와 우물안 경영이 문제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 지표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은행업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당기순이익은 모두 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악의 실적이라던 직전연도(3조9000억원)보다는 2조원 이상 개선됐지만 한창 잘 나갔던 2011년의 11조8000억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또 은행 수익성의 척도라는 순이자마진(NIM)도 지난해 1.7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성장에 따른 저금리의 장기화로 최대 수입원인 이자 수익이 큰 폭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앞으로도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커녕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고 있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더 낮추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리가 계속 낮아지면 은행의 예대마진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익의 90%를 이자수입에 의존하는 수익구조가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나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은행들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한마디로 자업자득이다. 수익성 다변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은 등한히 하고 손쉬운 담보대출 등 현실에 안주한 결과라는 것이다. 선진국 은행의 글로벌 추세에 맞춰 해외 진출을 독려했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데 인색했다. 그러니 미국과 일본, 유럽의 은행들은 해외 수익 비중이 절반 가까이 육박하는 데 국내 은행은 한 자릿수 지키기도 버거운 것이다.

지금이라도 낡은 관행의 틀을 벗어던져야 한다. 당장 우물안 식 경영에서 탈피하는 것이 시급하다. 중ㆍ대규모 은행을 인수하거나 지분투자를 통해 본격적인 해외 영업에 나서야 한다. 담보위주의 대출 관행을 개선하고 여신 평가 능력을 키우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기업의 신기술이나 특허권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야 비로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관치의 적폐를 씻어내는 일이다. 은행들이 위험을 회피하고 책임에 소극적인 것은 오랫동안 관치에 길들여진 탓이다.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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