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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박상근]법인세율 인상은 최후 수단이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리고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법인세율을 내린 나라는 13개 국, 반면 올린 나라는 경제위기로 재정이 어려워진 그리스ㆍ멕시코 등 4개 국 뿐이다. 재정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세계 각국이 ‘세율인하 경쟁(tax competition)’을 벌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경기침체기에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 성장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최근 복지와 증세 문제가 불거지자 야권은 또 법인세율 인상을 들고 나왔다. 복지를 위한 증세를 하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복지지출의 구조조정’이 최우선이다. 예산 규모에 비해 복지체감도가 낮은 보편적 복지를 예산의 효율성과 복지체감도를 함께 높일 수 있는 선별적 복지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세분화 돼 있는 복지의 종류를 ‘기초생활보장’이라도 확실히 하는 방향으로 단순화해 중복지원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줄여야 한다. 복지관련 부정과 낭비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복지전달체계 구축도 선결과제다.

다음으로 세율 인상보다 ‘세원 확대’가 먼저다. 현행 세제에는 부자들의 탈세 블랙홀이 산재해 있다. 비과세ㆍ감면이 국세의 14.3%(2013년 기준 연간 33.6조원)에 이를 정도로 방만하다. 여기에 역외탈세ㆍ차명계좌ㆍ지하경제ㆍ간이과세제를 이용한 탈세 등 과세사각지대에 숨어 있는 세원(稅源)도 광범위하다. 이런 조세환경을 바로잡아야 ‘세수’가 늘어나고 ‘세 부담의 공평성’이 확보된다. 야권이 세율 인상에 의한 증세에 앞서 해결해야 할 이런 전제조건을 방치해 놓고 유독 법인세율 인상만을 주장하는 것은 선후기 뒤바뀌었다. 이런 정책은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비중이 높은 것은 경제구조와 개인소득 비중이 낮은 데 기인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는 경제구조 개혁과 개인소득 비중을 높여야 해결될 문제다. 법인세율을 올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법인세율은 경쟁국의 세율 수준, 현재의 경기 상황, 투자유치 등 순수 경제논리를 고려해 결정할 문제다. 여기에 부자증세ㆍ경제민주화ㆍ보편적 복지 같은 편향적 정치논리가 끼어들어선 안 된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대만ㆍ홍콩ㆍ싱가포르 등 경쟁국에 비해 높다. 지구촌시대에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하면 기업이 떠나고 외국자본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일자리와 세수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법인세수 통계를 보더라도 세율을 인하할 경우 투자가 확대되고 경제가 활성화돼 세수가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2001년 28%에서 2010년 22%로 6%포인트(21.4%) 인하됐다. 그런데도 같은 기간 법인세수는 오히려 17조원에서 37조3000억 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지금은 경기침체기이고 세계 각국이 세율을 낮추는 조세경쟁시대다. 법인세율을 낮게 유지해 투자를 유치하고 경제를 활성화해 일자리와 세수를 늘리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유효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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