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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환율전쟁
[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홍콩이 1842년 아편전쟁으로 영국의 식민지가 된 후 155년만에 중국에 반환된 다음날인 1997년 7월2일, 태국이 달러에 고정돼 있던 바트화의 고정환율제(페그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채택할 때만 하더라도 이것이 동아시아와 전세계를 금융위기의 격랑으로 몰아넣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바트화 평가절하는 일회적 사건으로 흘려버리고 있었고, 아시아와 세계 각국은 홍콩의 역사적인 중국 반환으로 인한 들뜬 분위기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바트화가 바닥을 모르고 폭락하면서 그 충격은 동아시아로 급격히 확산됐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이어 홍콩이 흔들리더니 곧이어 한국과 일본으로 위기가 전염됐다. 한국도 그해 11월 21일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경제주권을 사실상 IMF(국제통화기금)에 넘겨주는 참담한 치욕의 역사를 경험해야 했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한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경제 펀더멘털은 다른 아시아 국가와는 다르다. 우리는 안전하다”고 강조했으나, 경제는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곳간은 비어 부도 직전이었다.


최근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양적 완화를 필두로 세계 각국이 연쇄적인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호주, 터키 등 이미 10여개국이 금리를 내렸고, 중국도 지난주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위기는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정부는 펀더멘털이 양호하다고 강조하지만, 눈덩이 가계부채나 악화된 기업들의 채산성이 뇌관이 될 수 있다. 취약한 리더십과 국민통합의 실패는 위기를 현실로 만드는 요인이다. 18년 전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긴장해야 할 시점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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