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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성비 오덕] 덤핑에 중고거래 불가…벼랑끝 ‘엑스박스원’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게임기 ‘엑스박스원(XBOX ONE)’이 시련의 계절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낮은 판매율은 물론 독점 타이틀 부재와 소프트웨어 가격 폭락으로 안팎에서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양대산맥을 이루던 전 세대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완패(完敗)의 모양새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일선 소매상들은 최근 엑스박스원 타이틀의 가격을 대폭 인하했습니다. 많은 타이틀을 대대적으로 원가 이하의 가격인 ‘덤핑’으로 책정해 게이머들의 지갑을 열게 만들었죠. 급작스런 저가 결정은 중고거래가 불가능한, 즉 시장에 다시 나오기 힘든 재고 처리에만 목표가 맞춰져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에 무게중심이 쏠린 국내 비디오 게임업계의 특성상 타이틀의 가격을 수준 이하로 내려 판매한다는 것은 해당 기기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현상”이라며 “다운로드 콘텐츠로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긴 하지만 디스크판의 가격이 다운로드판보다 더 낮게 폭락하면 선순환 구조가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유명 게임판매점 홈페이지. 수량이 남은 게임들의 가격은 이미 절반 이상 떨어진 상태. 비교적 정가에 가까운 게임들은 ‘품절’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국내에서 비디오 게임의 입지는 굉장히 좁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비디오 게임은 꾸준히 역성장을 기록해 지난해 매출액 943억 원(추정치)에 그쳤습니다. 신규 플랫폼이 등장해 전년대비 0.7% 성장한 수치가 이렇습니다. 일각에서 위기라고 불리는 PC게임시장이 전년대비 6.4% 감소한 1조 5563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얼마나 작은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체 게임 분야 점유율을 봐도 단 0.8%에 불과합니다. 결과만 따지고 보면 유통업자들이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 즉 수익을 이끌어내기 힘든 구조입니다.

글로벌 판매량은 남의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선 엑스박스원이 기를 펴지 못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쾌재를 불렀을지 모르는 타이틀의 가격 인하도 업계의 상황으로 볼 때는 씁쓸함을 남깁니다. 발매 초기 6만원대였던 ‘파크라이4’,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 ‘위닝일레븐2015‘, ’선셋 오버드라이브‘ 등 새 제품이 3만원대, 혹은 2만원대로 주저 앉았습니다. 중고 거래가 불가능해 재순환 역시 불가능합니다. 소매상들은 중고가 책정의 어려움과 소비자들의 낮은 구매율을 이유로 매물을 받기 힘들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 매장을 찾아가 보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 PS비타와는 달리 엑스박스원의 타이틀의 수가 현저하게 적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급기야 일부 판매점들은 앞으로 엑스박스원 타이틀을 소비자가 주문을 하지 않는 이상 매장에 들여놓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사용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극적인 대응에 불만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죠. 엑스박스원의 출시를 다함께 축하를 해주던 초창기 모습과는 달리, 높은 기기 판매가와 기대작들의 한글화 취소 등에 실망한 모습에서 한 발 더 나아간 형국입니다. 많은 소비자들은 독점 타이틀의 발매가 이뤄질 때까지 기기 구매를 미루거나, 판매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현재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시아권을 총괄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시장이 취약한 한국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기 힘들다”며 “언어 현지화 등 국내 실정에 맞춘 서비스를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덧붙여 “중고 정책에 대한 호불호는 갈리지만, 판매상들이 신작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은 상황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유통업계 담당자와 판매점의 충돌이 없는 가운데, 소비자가 신작을 선택하기 힘든 시장이 형성되면 내일도 장담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국내 판매점들이 손을 뗀다면 엑스박스원의 신작 구매는 해외 사이트에 의존해야할지도 모릅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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