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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30년 우정 금간’ 김택진-김정주 무슨 사연?
[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김현일 기자] 한국의 양대 게임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택진(48)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정주(47)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놓고 경영권 분쟁을 예고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택진 vs 김정주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인 넥슨 일본법인은 27일 엔씨소프트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2012년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인수한 후에도 김정주 대표는 특별한 간섭 없이 김택진 대표의 자율적 경영을 보장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에 넥슨이 엔씨소프트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엔씨가 이에 반발하면서 양 대표가 향후 경영권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의 인연은 30여년 전 서울대 공대 선후배로 시작됐다. 김택진 대표는 전자공학과 85학번으로, 김정주 대표(컴퓨터공학과 86학번)보다 한 학번 선배다. 김택진 대표는 1989년 서울대 대학원 재학 시절 ‘서울대 컴퓨터연구회’ 동문들과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 ‘아래아 한글’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같은 해 김택진 대표는 한메소프트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PC가 대중에 보급되던 1990년대, 초보자들이 타자연습을 했던 ‘한메타자교실’이 바로 한메소프트가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이후 1991년부터 1996년까지 현대전자에서 일하면서 국내 최초로 인터넷 기반 PC통신 아미넷을 개발했다.

그 사이 김정주 대표가 1994년 넥슨을 창업하면서 게임업계에 먼저 발을 들였다. 넥슨은 1996년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PC통신에서 서비스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1997년 김택진 대표도 현대전자에서 나와 엔씨소프트를 창업했다. 초기엔 기술용역사업을 주로 하며 SK텔레콤의 인터넷 서비스 ‘넷츠고’를 개발하고, 대우ㆍ금호그룹 등의 인터넷 기반을 구축했다. 1998년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를 선보이며 온라인 게임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리니지는 출시하자마자 큰 인기를 모으며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국내 게임시장을 주도했다.

김정주 대표도 게임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과 ‘서든어택’ 개발사 게임하이 등을 인수하며 회사를 키웠다. 두 사람은 이처럼 2000년대 벤처 1세대로 승승장구하며 국내 IT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자산도 김정주 대표가 20억 달러, 김택진 대표가 11억 달러로, 포브스 억만장자 명단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는 등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김정주 NXC 대표

두 사람이 손을 잡게 된 건 지난 2012년이다. 김정주 대표의 협력 제안을 김택진 대표가 받아들이면서 사업 파트너가 됐다. 넥슨재팬이 엔씨소프트의 지분(14.68%)을 사들이면서 김택진 대표는 2대 주주(9.9%)로 내려앉고,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가 됐다.

당시 김택진 대표가 자사 최대주주 자리를 내준 것에 대해 모두들 의아해했다. 이에 대해 김택진 대표는 연말 시상식에서 “김정주 대표가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했었다. 양사가 힘을 합쳐 한 회사를 인수하려 했다”며 넥슨에 지분을 매각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두 회사가 인수하려 했던 대상은 미국의 대형 게임회사 EA(일렉트로닉아츠)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인수에 실패하면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택진 대표는 지분 매각으로 벌어들인 8000억원을 “양사가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지원하겠다”며 김정주 대표와 계속 협업할 것임을 밝혔다.

두 사람의 갈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예고됐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 0.4%를 추가 매입하면서 김정주 대표(15.08%)가 당초 김택진 대표의 경영권을 보장했던 방침을 바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는 “넥슨과의 신뢰관계는 깨졌다”며 불쾌한 감정을 내비쳤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지난 23일엔 엔씨소프트가 넥슨과 의논 없이 김택진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부부 경영구도를 강화하자 두 사람의 갈등은 고조됐다.

결국 넥슨이 협상을 접고 27일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참여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게임업계 부호인 두 사람의 관계는 대학 선후배이자 동반자에서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적대적 관계가 됐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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