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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화의 세상속으로]네팔 의료의 희망, 한국의 ‘의료ICT’
네팔의 카트만두의과대학은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소도시 둘리켈지역에 있다. 그런데 여기서 네팔의 미래를 봤다. 18년 전 35명으로시작한 병원은 이제 900명이 일하는 네팔 최고 수준의 병원으로 성장했다.

놀라운 일은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루 3000원의 입원비를 받는데, 진료수준은 동남아시아 최고라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정부의 지원이 거의 없다는 점. 더욱 더 놀라운 것은 모든 직원들의 행복한 표정이었다. 

비결은 이들이 가진 목표의식이며, 그 근원은 람 부총장의 리더십에 있었다. 그 대표적인 활동이 18개 취약지구 의료봉사다. 의대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1년을 근무한다.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 8시간씩 걷는 히말라야 산악과 남부 농촌에서 봉사하는 것이다. 이들에게 한국의 ‘적정의료’와 ‘디지털병원’을 접목해 네팔 전국으로 확산하는데 역할이 커질 듯하다.

네팔의 최용진 대사는 국제협력지원(ODA)의 성공 방정식을 “프로젝트에 혼을 불어 넣는 사람의 유무가 지속가능한 성공을 결정한다”고 명쾌하게 정리했다. 리더의 중요성은 기업가정신 연구에서 이미 확립된 결론이다. 성공한 혁신과제와 실패한 혁신과제의 차이는 혁신에 도전하는 사내기업가의 유무에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개도국에 이런 도전적 사내기업가를 찾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의 수많은 대외원조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타성적 관료주의 밑에서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네팔의 경우 대외원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반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문제를 힘들게 해결해야 할 이유를 관료들이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병원은 지어주고 장비는 제공하되, 이후 운영와 발전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구조가 돼야 진정한 원조다.

병원 혹은 보건소와 같은 의료지원의 경우, 보통 2년의 사후보증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장비가 고장나면 대개는 팽개쳐진다. 한번 지원하면 계속 지원해달라고 요청한다. 지원기관들이 회의를 느끼는 점이다.

지속가능성의 대안은 바로 모바일연결(mobile connectivity)을 통한 시간과 공간의 융합에 있다. 원격에서 관리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면 기술적인 문제는 축소될 것이다. 이제 스마트혁명이 ▷사람을 연결하는 SNS ▷상거래를 연결하는 소셜커머스를 거쳐 ▷의료를 연결하는 ‘연결의료(connected healthcare)’의 세상으로 인도하고 있다. 네팔의 농촌인구가 90%인데, 의료진의 20%만이 종사하는 공간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된다. 한국에서 장비의 원격관리도 가능해진다.

결국 미래 개발도상국 의료의 관건은 ‘기업가정신+ICT’로 정리할 수 있다. 한국의 모델을 바탕으로 현지화하고 이를 원격에서 ICT 기반으로 지원하고 현지에서는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하는 것. 이 중 가장 어려운 과제가 현지의 기업가정신 발굴이라는 점에서 네팔의 카트만두대학병원은 평가받을만 하다.

네팔 코이카의 조행란 소장은 핵심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 했다. 받으려고만 하는 기관, 받고 활용하지 않는 기관은 배제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상 발전을 해낼 수 있는 조직을 찾는 게 그의 목표다.

모든 혁신은 큰 조직 보다 작은 조직에서 시작해 확산돼 간다. 네팔에서도 의료ICT 기반의 창업기업가들을 육성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네팔의 의료가 작은 둘리켈지역의 카트만두대학병원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돼 가는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이 자못 기대된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ㆍ한국디지털병원수출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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