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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재계 3~4세 면세점 전쟁 나선 까닭은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사의 직원은 수년 전 인천공항 면세점을 방문했다가, 중국인 커플의 이름을 다정히 부르는 직원을 보고 놀랐습니다. 한장에 70만원 하는 스카프를 여러 장 사가는 씀씀이야 그 브랜드에선 흔한 일이었기 때문에 이름과 취향까지 파악한 데에 의문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면세점 직원은 그들이 사실상 매주 방문하는 ‘단골손님’이라고 말했습니다. 쇼핑을 위해 한 달에도 서너 차례 비행기를 타고 이웃 나라를 방문하는 중국의 신흥 부호, 그들은 지금 얼마나 늘었을까요?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612만명입니다. 국내 증권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1인당 쇼핑금액은 1400달러로 집계됩니다. 이를 환산하면 85억달러, 약 9조원을 중국인들이 한국에서 쇼핑하는 데 쓰고 간다는 얘기입니다. 한국 관광공사는 2020년이면 중국인 관광객 1500만명, 이들이 쇼핑에 쓰는 돈은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중국 관광객이 쇼핑하기에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단연 면세점입니다. 재계 3~4세들이 너도나도 면세점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촌이자 기존 사업자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면세점 업계에서 맞붙는 셈입니다. 유통가 ‘빅3’ 가운데 하나인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도 인천공항 면세점에 관심이 없을 리 없습니다. 한화갤러리아도 면세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서울시내 면세점에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그는 시내 면세점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발표 후, 같은 범현대가의 조카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의식해서인지 “영역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사촌 간인 정용진 부회장과 이부진 사장에 이어 현대가도 면세점만큼은 삼촌과 조카라도 빼앗길 수 없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셈입니다.

실제 면세점 시장의 수익성은 유통채널 가운데 가장 돋보인다는 평가입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면세점은 약 7조5000억원의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12월 매출까지 더하면 8조원은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호텔롯데의 전체 매출 가운데 면세점 매출은 80%가 넘었고, 신라면세점 역시 지난해 상반기 기준 면세점 매출이 89.2%에 달합니다.

면세점은 한국에서 유독 빛을 발한 유통채널입니다. 인천공항면세점은 세계 최대 규모이고, 루이비통은 전 세계 최초로 인천공항에 면세점 입점을 결정했습니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해외 진출도 활발히 이뤄나가고 있습니다. 신라면세점은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10월부터 사업자로 운영하고 있으며,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사업권도 얻었습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괌과 간사이공항점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이 국내 면세점에서 수십조를 쓸 거란 장밋빛 전망은 정말 이뤄질 수 있을까요? 인근 국가의 견제와 경쟁이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과 대만 등은 한국의 중국인 쇼핑객을 빼앗아갈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미츠코시이세탄, 일본공항, 아리타국제공항이 공동으로 올 가을 도쿄 긴자에 시내면세점을 오픈할 예정입니다. 일본의 다른 기업들도 대도시 중심부에 추가 출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중국과 가까운 진먼(金門) 섬에 면세점을 내고 중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박차를 가했습니다.중국 쇼핑객들이 한국 면세점에서만 돈을 쓰는 걸 팔짱 끼고 지켜보기만 할 이웃 나라는 우리에게 없습니다. 당장 우리 안에서도 신사업을 위해 사활 걸린 ‘면세점 전쟁’을 하고 있으니까요. 유통업계의 황금알로 떠오르고 있는 면세점을 둘러싼 ‘쩐의 전쟁’이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됩니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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