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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은 떨어지고 관리비만 오르네…‘서러운 대형 아파트’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한때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50평대 아파트’(전용 135㎡ 초과)가 이제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갈수록 중소형 아파트로만 수요가 쏠리면서 매매가는 뚝뚝 떨어지는데 반해,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은 불어나는 탓이다. 대형 아파트 소유자들의 한숨 소리는 서울보다는 경기도 등 지방에서 더 크게 들리는 모습이다.

▶관리비 10% 올라…부담 가중=올해 1월 1일부터 공동주택의 위탁관리용역(관리ㆍ청소ㆍ경비)에 부가세가 10% 붙는다. 지난해 일부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것. 애초엔 모든 면적이 면세 혜택을 받았다. 다만 조세저항 등을 줄이기 위해 대형공동주택(135㎡ 초과)만 적용된다. 85㎡ 초과 135㎡ 이하는 오는 2017년 12월 말까지 면세가 유지된다.

대형 공동주택은 전국적으로 약 30만 가구로 추산된다. 서울에는 6만6000여 가구가 있다. 당장 이들 주택의 관리비가 10% 정도 오르게 된 셈이다. 이에 따른 가구별 추가 관리비 부담액은 2만~5만원 정도로 업계에서는 본다. 

<사진설명>대형 아파트의 매매가는 떨어지는데 관리 비용은 야금야금 오르면서 소유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사진은 대형 면적으로 구성된 노원의 한 아파트 단지.

서울 강남을 비롯해 평균소득이 높은 곳에선 이 정도의 관리비 상승이 사실상 큰 부담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서울에서도 비(非) 강남권이나 지방의 대형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겐 사정이 다르다. 용인 수지구의 전용 149㎡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체감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어서 장보기도 겁나는 데 관리비마저 몇 만원씩 오르면 생활비 부담이 더 커질 게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주택관리업계에 따르면, 관리비 인상에 부담을 느낀다는 이유로 단지 관리 방식을 위탁관리에서 자치관리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주상복합 ‘동일하이빌뉴시티’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 주민들은 부가가치세를 피하고자 지난해 말 주민투표를 통해 경비ㆍ청소ㆍ시설ㆍ관리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성북구 한 아파트 관리소장은 “우리 단지서도 조만간 주민대표회의를 통해 관리비에 부가세가 가산되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아직까지 주민들 사이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지만 85~135㎡ 주택형의 면세도 해제되는 시점이 가까워지면 단지 관리를 자치관리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김철중 한국주택관리협회 사무총장은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아파트 가격의 차이나 거주자들의 소득 격차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런 점들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면적으로 나눠버리니 형평성에 어긋나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대형 아파트는 시장서 ‘찬밥’…가격 뚝뚝=대형 아파트는 시장에서도 찬밥 신세다. 주택 수요가 주로 전세로만 몰리고 있고, 그나마 매매 거래도 대부분 전용 85㎡ 내외의 중소형 주택위주로만 이뤄진다.

부동산써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대형 아파트의 절반이 매매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에선 135㎡를 초과하는 6만6580가구 가운데 3만364가구의 가격이 떨어졌다.

주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가가 떨어졌다. 주상복합 아파트들도 하락세를 이끌었다.

대형 아파트가 8만9495가구에 이르는 경기도와 인천에선 전체의 절반을 훌쩍 넘는 5만1891가구가 매매가 하락을 겪었다. ‘미분양의 늪’이란 오명이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은 용인에서 가장 많은 1만2111가구가 나왔다.

부동산써브 김미선 선임연구원은 “대형 아파트는 초기 투자비용과 관리비 부담이 크지만 주택 시장이 중소형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매수자들의 선호도도 낮아지며 급매물 거래도 쉽지 않다”며 “이들 주택의 매매가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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