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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권기혁]풍납토성 보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이 백제의 역사에는 몇 가지 풀리지 않은 의문들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초기 백제, 즉 한성 백제의 수도로 삼국사기에 기록된 ‘하남 위례성’의 정확한 위치가 어디냐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는 서울 송파구의 몽촌토성이 유력한 후보지였다. 하지만 1990년대의 개발붐을 타고 풍납토성 내에 건설되던 아파트 현장에서 백제 토기가 발견된 것을 계기로 그 일대의 발굴조사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많은 토기와 고위관직명이 새겨진 유물 등이 발견되며 풍납토성이 위례성의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떠올랐다.

설령 풍납토성이 한성 백제의 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풍납토성의 역사ㆍ문화적 가치는 결코 낮지 않다. 토성 내부에서 출토된 유물의 방사성 연대 측정 결과에 따르면, 풍납토성은 기원전 199년에서 기원후 231년 사이에 지어진, 2000년의 역사를 갖는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문화유산이다. 특히 풍납토성은 초기 판축방식-흙을 쌓아 올려 일정 경사를 유지하면서도 중심부를 다지는 방식-으로 지어진 동양의 토성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기에 우리 선조들의 높은 기술을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최근 이 풍납토성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문화재청이 풍납토성의 보존ㆍ관리 계획을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백제의 유적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풍납토성 ‘3권역’의 매입을 포기하고, 건물 높이 제한도 15m에서 21m로 하겠다는 것이다. 높이 제한 규제로 인한 재산권 침해를 해소하고 왕궁터가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2권역의 보전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풍납토성의 관리주체인 서울시는 문화재청의 계획 변경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새로운 계획이 주민 불편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문화재를 훼손시킬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건물의 높이 제한을 풀어주는 것이 어떤 의미와 문제가 있는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3권역에는 기존의 15m 규제에 따라 주로 5층 미만의 소규모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이들은 연약지반에 기초를 두고 있다. 문화재청의 방침대로 풍납토성 3권역의 건물 높이 제한이 21m로 완화된다면, 7층짜리 건물도 들어설 수 있게 된다. 7층짜리 건물, 특히 철근콘크리트로 지어지는 주거용 건물의 경우에는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암반에 기초를 둬야 한다. 이 지역의 경우는 한강과 인접해 있기에 대부분이 연약지반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지표면으로부터 최소 4m 이상은 파고 들어가야 7층 규모의 건물을 짓기 위한 암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백제의 유적이 지표면 아래 2~4m 사이에 위치할 것으로 추정되기에 7층 규모의 건물은 백제 유적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사실상 풍납토성의 보존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현재 풍납토성 발굴과 보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건물 높이 제한을 완화해 문화재 훼손의 위험을 높여서는 안 된다. 이럴 때는 정공법이 최선이다. 재정을 확충해 3권역을 조기 매입해 주민과 문화재,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협상에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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