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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김형곤]덫에 걸린 두마리 사자는 어떻게 구할것인가
김포공항에 도착한 세계은행 총재가 버선발로 마중나온 우리 재무부 장관에게 건넨 첫 마디가 “How many children do you have?” 였다고 한다.

우리 장관의 얼굴이 화끈거렸음은 물론이다.

세계 최빈국을 지원하는 세계은행의 총재가 ‘둘만 낳아~’는 산아제한을 펴는 한국의 장관에게 당신은 대체 자녀가 몇명인가를 물어본 것이다.

기록으로는 남아있지 않고 은퇴 고위관료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 일화는 미 국방장관 출신으로 최빈국 지원에 큰 족적을 남긴 맥나마라 총재때의 일로 알려져있다.

만약 40년 가까이 지난 현재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극심한 저출산에 시달리는 한국의 장관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면 물어본 이유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또다른 예를 들어보자

일본 도쿄의 한 왕복 6차선 대로. 나이 가늠이 어려운 노부부가 힘겹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보행신호는 끊긴지 오래다. 양쪽으로 수십대의 차량이 늘어서있지만 누구도 경적을 울리지 않는다. 맨 앞줄의 차량이 출발하지 않으니 뒤 차량은 영문도 모른채 기다린다.

교통경찰이 이 노부부를 안전하게 반대쪽까지 인도하는 몇 분 간 숨이 막힐 정도의 정적만 흐를 뿐이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일본인들의 인내심, 배려문화의 한 단면이다. 이 대목을 경제적 시각으로 본다면 대기 차량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공회전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 등이 떠오를 수 있다. 사실 우리는 결과적으로 저출산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1970~1980년대의 출산정책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늙은 한국’. 저출산 고령화는 이제 더이상 한국 사회에 새로운 용어가 아니다. 합계 출산 1.2명, 이렇게까지 급속히 떨어질지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바로 이웃 일본의 예를 보면서도 말이다.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의 파고에 휩쓸려 지구촌에서 가장 늙은 국가로 전락했다. 이는 곧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끔찍한 경험으로 다가왔다.

아베 정부가 부랴부랴 내놓은 화살중에 세 번째가 바로 여성 인력 활용, 외국인력 유치 등 노동의 유연성 제고다. 이는 저출산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같은 전철을 밟고 있는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아직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여성의 경력단절, 남성 육아휴직, 어린이집 여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 육아를 둘러싼 모든 문화가 그렇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목전에 두고 4만 달러를 목표로 하는 나라치고는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제 저출산 고령화는 정책에 있어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사활을 걸어야할 정책이다.

구조개혁과 경제활력. 아마 매우 잡기 힘들어 ‘사자’로 표현했을 이 두 마리도 중요하지만, 저출산 고령화 이 두 덫은 어떻게 피할 것인가?

과연 우리는 이 덫을 그대로 밟고서도 사자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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