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프리즘-박도제]가이드라인 vs 逆가이드라인
아이들 동화책은 갖가지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호랑이가 말을 하고, 도깨비 방망이를 두드려 온갖 장난감을 얻는다. 형형색색의 인형들도 살아 움직이며 아이들과 교감한다. 하지만 책을 읽어주다보면 매우 현실적인 내용에 화들짝 놀랄 때도 있다.

‘젖소가 알을 낳았대’라는 제목의 동화책이 그랬다. 다른 젖소와 달리 특징도 없고 재주도 없는 것을 고민하는 주인공 ‘마조리’는 어느날 젖소 무늬의 알이 자신의 잠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농장 주인은 이 사실을 신문과 방송에 알리게 되고 마조리는 ‘알을 낳은 젖소’로 대서특필된다.

하지만 이는 농장에 함께 사는 5마리의 닭들이 마조리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꾸며낸 일이었다. 자신들의 알에 젖소 무늬를 그려넣고 잠자고 있던 주인공 젖소 옆에 가져다 둔 것이다. 이를 마조리는 자신이 나은 알이라 오해하게 된다.

신문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동료 젖소들은 의심을 품고 마조리에게 “우리는 그 알이 네가 낳은 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라고 말한다. 충격을 받은 마조리는 “알이 부화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열심히 알을 품는다. 드디어 알에 금이 가고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을 맞이한다. 아무리 동화책이지만, 송아지가 알에서 태어날 순 없는 일. 당연히 노란색 병아리가 태어난다. 병아리를 보고 마조리는 이내 실망하지만, 병아리가 예상치 못한 반전을 만든다. ‘삐악삐악’ 소리를 내지 않고 ‘음매’하고 울어 버린다. 외형적인 모습은 병아리지만, 송아지 소리를 낸 것이다. 마조리는 기뻐하며 병아리를 끌어안는다.

책을 읽어주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작년 연말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다. 알을 낳은 마조리가 대서특필되는 것은 충분한 검증없이 보도하기 바쁜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알에 젖소 무늬를 그려넣는 닭들은 문건 작성 및 유출 관련자를 연상시켰다. 특히 진실을 밝혀줄 병아리가 “음매”하고 우는 대목은 가이드라인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모습과 겹쳤다.

최근 청와대 문건유출 관련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가이드라인’과 ‘역가이드라인’ 논란이 한창이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박지만 미행설 등을 담은 문건이 ‘사실무근’이라는 검찰의 발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지라시’ 가이드라인의 영향이라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여당은 검찰 수사 전부터 결과를 예단하고 압박해 ‘역가이드라인’이 설정된 것이라고 말한다. .

하지만 마조리 이야기에선 논란을 매듭지을 수 있는 몇가지 사실이 나온다. 바로 닭이 자신들의 알에 얼룩무늬를 그려넣었다는 점이다. 알이 얼룩무늬라고 해서, 거기서 태어난 병아리가 ‘음매’라고 운다고 해서 송아지가 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도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증언이 나온 문체부 인사 파문의 실체적 진실이 확인돼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 수사든,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후속 조치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pdj2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